[우리회사 대표상품] 오리온, 2013년 22억개 팔린 초코파이…지구촌이 情에 흠뻑 빠졌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2012년 아시아 시장에서만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의 대표 브랜드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으로 22억개가 팔렸다.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세 바퀴 반 돈 거리다.

초코파이는 사실 우연하게 탄생했다. 1970년대 초 기술개발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해외 출장 중 친구와 들른 카페에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린 게 계기였다. 바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과자를 맛본 순간이었다.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며 실패를 거듭한 지 2년 만인 1974년 4월. 드디어 현재와 같은 초코파이가 개발됐다.

비스킷과 초콜릿, 빵이 섞여 있는 초코파이는 출시되자마자 고단백, 고칼로리 영양식으로 전 연령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카스텔라, 크림빵 등에 익숙해져 있던 당시 소비자에게 초콜릿과 부드러운 마시멜로가 들어 있는 초코파이는 ‘완벽한 과자’였다. 이 같은 인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실적도 눈부시다. 오리온은 1990년대부터 중국 베트남 러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에 진출했다. 중국은 초코파이를 가장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곳이다. 오리온은 중국인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인(仁)’이라는 점에 착안해 2008년 말부터 포장지에 이 글자를 반영, 강조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현재 중국 초코파이류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5%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情)을 의미하는 ‘띤(Tinh)’이라는 단어를 포장지에 넣어 감성에 접근했다. 조상 숭배 전통이 강한 이곳에서 초코파이는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5년 법인 설립 이후 2006년 호찌민 공장, 2009년에는 하노이 공장을 설립하며 지속적인 확장을 이루고 있다.

차를 많이 마시는 러시아에서도 인기가 높다. 현재 트베리, 노보 두 곳에서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다. 해외시장에서의 이 같은 인기는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모방 브랜드들의 난립을 불렀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없어진 상태다.

비결은 오리온만의 뛰어난 기술력이다. 초코파이의 수분 황금비율인 ‘13%’ 기술력은 제품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오리온은 수분 제어 기술로 방부제 없이도 곰팡이를 제어해 식감과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 후 3~4일의 숙성 기간 역시 특유의 부드럽고 촉촉한 맛을 내는 또 다른 노하우다.

매년 해외 각국의 연구원이 모이는 ‘초코파이 기술 대학’도 열고 있다. 최고의 맛과 품질을 위해 국내외 각 공장 및 연구소에서 한 해 동안 이룬 기술개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한다. 이 같은 기술 공유를 통해 신입 품질담당자들도 단기간에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오리온은 올해 초코파이 매출 목표를 4000억원으로 잡았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브랜드가치 향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다고 회사 임직원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