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하면서 1%대 '바닥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이 즐비해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민트 정기예금 기본금리(3개월 만기)는 연 1.6%까지 내려왔다.

온라인 전용 상품에 가입해야 간신히 2%대 금리(2.39%)를 받을 수 있다.

역시 만기가 3개월인 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 금리는 연 1.9%, 산업은행의 KDB드림 맞춤 정기예금은 1.95%다.

만기가 1년을 넘는 정기예금 상품 중에는 2%대 중후반 금리를 적용받는 상품이 있지만, 금리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이달 24일부터 1년 만기 민트(Mint) 정기예금과 두근두근 커플 정기예금, 스마트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모두 연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도 지난달 24일 2.59%에서 2.56%로 0.04%포인트 하락했다.

은퇴자 등 이자소득 계층이 1억원을 2.4%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한 해 받는 이자는 240만원이다.

여기서 이자소득세를 빼면 주머니에 남는 돈은 203만400원. 매월 16만9천200원 꼴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가 2.3%인 점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2%대까지 내려온 정기예금 금리가 더 하락하는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은행이 굳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1월 2.58%에서 12월 2.66%로 반등했다가 올해 1월 다시 2.63%로 내렸다.

은행들이 예대율(예수금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관리하려고 연말에 잠시 예금 금리를 높이면서 평균 금리가 올라갔지만, 한 달 만에 지난해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특판예금까지 실종된 상황에서 일부 은행들이 온라인 고객 확대 목적이나 사은 행사 등으로 예금 금리를 높이기는 하지만 폭이 크지는 않다.

하나은행은 이달 17일부터 주력 정기예금 상품인 e-플러스 정기예금 기본금리(12개월 기준)를 2.7%에서 2.75%로 높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고 인터넷뱅킹과 스마트뱅킹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e-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창립 60주년 기념으로 다음 달 말까지 다이렉트 정기예금 기본금리 2.9%에 0.05%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얹어준다.

우대이율을 얹어도 3%대 상품을 찾기 어렵다 보니 은행권에서는 확정금리형 상품이 아닌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코스피200 등락폭에 따라 최저 1.0%에서 최고 6.52%까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하나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상품 4종을 내놨다.

외환은행도 2012년 41억원 어치가 판매된 ELD 상품인 '베스트 초이스 정기예금'에 올해만 100억원이 몰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최저금리가 보장되고, 주가가 내려가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품 등 여러 구조의 상품이 있기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가 불만족스러운 고객에게 ELD가 대안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유선 기자 zheng@yna.co.krcindy@yna.co.kr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