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훈련 참가 한미군 피로감 주려는 의도"
지난달 이후 7차례 단거리발사체 총 88발 발사


지난 16일부터 계속되는 북한의 단거리 로켓 발사가 독수리연습(FE)에 참가한 한미 양국군을 겨냥한 일종의 심리전 성격의 전술 행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새벽과 야간시간을 택해 로켓을 무더기로 쏘고 있는 것은 한미 연합군에게 피로감을 주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북한이 지난달 21일부터 한 달째 단거리 발사체를 연속적으로 발사하는 데는 자체 동계훈련과 무력시위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지만 취약시간 대에 발사하는 행태만 놓고 본다면 그런 분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는 오후 6시20분부터 9시32분까지 세 차례, 22일에는 오전 4시부터 6시10분까지 세 차례, 23일은 오전 0시52분부터 2시31분까지 두 차례 각각 지대지 로켓인 '프로그(FROG)'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다.

특히 16일부터는 강원도 원산 인근 갈마반도에 전개된 10여 대의 발사 차량 중 일부가 인근 나무 숲에 숨거나 원산 시내로 이동하는 등 한미 첩보망을 교란하는 듯한 전술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초에도 평양에서 원산으로 이동해 한 달간 배치한 사거리 3천㎞에 달하는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의 발사 차량을 이런 전술에 활용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발사 차량을 격납고로 숨기거나 갑자기 발사대를 세우는 등의 행동을 반복했고, 이는 미사일 동향을 관측하는 한미 군당국의 피로감을 높이고 정보를 교란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또 최근 일주일 사이 71발의 프로그 로켓 추정 발사체를 쏘고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총 88발의 여러 종류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도 특이한 일이다.

사거리 60∼70㎞의 프로그 추정 로켓은 이날 16발에 앞서 16일 25발, 22일 30발 등이 동원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유 중인 프로그 로켓 100여 발 중 일주일 만에 70%가량이 소진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프로그 로켓은 옛 소련에서 도입한 지 40년이 넘어 정밀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독수리연습을 계기로 '통 크게 재고를 정리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프로그 로켓을 올해 처음 발사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세스나'로 추정되는 경비행기를 이용해 로켓 발사지역인 원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과정을 전반적으로 기획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은 프로그 로켓 외 300㎜ 신형 방사포(8발), 240㎜ 방사포(3발), 스커드-B 미사일(4발), 스커드-C 미사일(2발) 등을 지난달 이후 발사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새벽이나 야간 시간을 택해 단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있어 지금은 사실상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피로감을 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북한의 전술은 속이 뻔히 보일뿐더러 좀 유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