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정작 규제해야 할 곳은 뒤로 한 채 상대적으로 규제가 쉬운 쪽으로 치우치고 현장을 반영치 못한 규제만 내놓고 있다는 업계 내 불만의 소리가 높습니다. 논란이 일자 수정·보완에 들어가는 등 탁상행정의 전형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에 만난 은행의 한 기관영업 담당자는 당국의 규제에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은행업 감독 시행세칙 개정과 관련된 것으로 가뜩이나 쉽지 않은 시·도 단위 지자체, 병원, 대학 등 기관대상 영업이 한층 어렵게 됐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제기된 세칙은 은행이 거래 상대방에게 일정금액 이상의 이익과 편의를 제공할 때 이를 공시하도록 한 부분입니다.



그동안 은행들은 지자체나 대학 등 대형기관의 금고로 선정되기 위해 출연금을 내거나 기부를 해 왔는 데 당국이 과열경쟁의 병폐가 있다며 손을 본 것입니다.



<인터뷰> 금융당국 관계자

“은행 입장에서 건전한 경쟁은 좋은 데 지나치게 많은 비용 초래돼 실제로 출혈경쟁, 사실 시·도금고 선정 통해 얻는 수익보다 지나친 비용 지출하니 건전성 관점에서 문제 아니냐”



지난 2012년 김해공항에 입점한 은행이 경쟁사 보다 2~3배 이상 써냈던 사례, 지난해 김포공항에 입점한 은행이 타사보다 곱절 이상 써낸 경우를 비근한 예로 꼽았습니다.



은행들은 대형기관 입점을 통한 마케팅이나 대외신인도, 기관 임직원 대상 대출 등 손익을 다 따져보고 금액을 쓰고 참여하는 것이라며 손해보고 장사하겠냐고 반박합니다.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보증금·임대료·출연금을 최고가를 써내게 한 부분을 개선해야지 은행만 규제하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게 은행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상 ‘갑’ 위치에 있는 지자체나 병원 등 기관이 그동안 거래성과나 고객 평가 등 정성적평가보다는 얼마를 써내느냐 등 최고가 제도를 악용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지자체를 관할하는 안행부가 경쟁입찰과 출연금 등의 예산 포함 등 지침을 내렸지만 기관평가시 출연금 유치 실적이 반영되는 현실에서 개선이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지자체와 은행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가 각각이다 보니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쉽고 반발이 어려운 은행에만 유독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겠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관계자

“다른 관할이니 폐해있고 출혈경쟁 생기니 은행은 하지마라 한다. 국내 포화상태에서 먹거리 찾아 수익 창출해야 하는 데 은행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역할 해야 하는 데 마케팅, 영업 막는 것 문제다”



출연금 액수도 엄연한 영업기밀인데 얼마를 썼는 지 알려지면 여타 기관들도 이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을 요구하는 만큼 부담만 커지는 것도 현실을 반영치 못한 규제라는 것입니다.



당국은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금융권·지자체 등 기관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규정에 대한 변경·보완을 진행중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인터뷰> 금융당국 관계자

“그런 부작용들 가급적 없는 부분에서 합리적인 규제 수준이 되도록 해나가야 할 듯 하다”



정보유출 사태가 커지자 서둘러 텔레마케팅 영업을 금지했다 여론에 떠밀려 다시 허용한 것처럼 현장을 미리 담지 못하고 수정과 보완만 반복하는 ‘탁상공론’의 되풀이인 셈입니다.



관가에서는 ‘책상에 있으면 나오지 않는 답도 현장을 가면 나온다’는 말을 흔히 사용합니다.



잇따른 금융사고에 급하게 내놓은 규제, 정작 업계의 현실은 반영하지 못한 규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인 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김정필기자 jp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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