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거의 모든 역사교과서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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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학생들이 조국의 과거에 죄의식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 긍정적이고 자긍심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역사를 묘사해야 한다.” 일본이 아니다. 이번엔 러시아다. 푸틴 대통령이 교과서 집필자들을 불러놓고 내린 지침이다. 지난 1월에는 굳이 역사교과서 심의회의에 참석해 “현행 교과서는 2차대전 때 파시즘과 싸워 승리한 사실을 무시한 ‘이데올로기의 허접스런 쓰레기’”라고 혹평했다.
국가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스탈린 교과서’ 파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옛 소련과 스탈린을 미화하는 역사 왜곡의 들불은 순식간에 국경 너머로 번지고 있다. 푸틴은 옛 소비에트연방이었던 동구권 국가들을 영 못마땅해한다. 파시즘을 몰아내고 해방시켜줬는데 배신했다는 것이다. 요즘 헝가리를 감싸고 도는 것은 현 정권이 교과서 개정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푸틴에게는 지금의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도 파시스트다. 나치와 같은 편에 서서 스탈린에 대항해 싸웠던 과거 우크라이나인들의 파시스트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탈린의 폭압으로 수백만명이 굶어죽은 우크라이나 대기근, 타타르계 주민 10만여명이 희생된 강제이주 등의 비극적인 사건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반러시아 세력들에 파시스트 이미지를 덧입히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점에서는 아베 일본 총리도 푸틴 못지 않다. 아베의 극우 본색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골화되고 있다. 일본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역이용하면서 자국의 역사 왜곡을 은폐하는 중국의 꼼수까지 더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어제 칼럼을 통해 국가주의의 부흥을 경계하며 “위정자들이 과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고 비평한 것은 적절한 지적이다.
스탈린주의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인하지 않는 ‘현대판 차르(황제)’의 행보를 보면 걱정이 더 커진다. 러시아 태생의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가 “푸틴이 거울을 통해 1945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개선행진을 맞는 스탈린을 보게 될까 두렵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비극의 밑바닥에는 싸구려 민주주의와 국가주의적 착각이 깔려 있다. 빌 브라이슨 식으로 말하면 ‘거의 모든 것의 과거’를 훼손해 ‘거의 모든 것의 퇴보’를 초래하는 판국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릴 때다. 한국서도 좌익 교과서들이 문제다. 연산군조차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라고 했거늘.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국가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스탈린 교과서’ 파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옛 소련과 스탈린을 미화하는 역사 왜곡의 들불은 순식간에 국경 너머로 번지고 있다. 푸틴은 옛 소비에트연방이었던 동구권 국가들을 영 못마땅해한다. 파시즘을 몰아내고 해방시켜줬는데 배신했다는 것이다. 요즘 헝가리를 감싸고 도는 것은 현 정권이 교과서 개정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푸틴에게는 지금의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도 파시스트다. 나치와 같은 편에 서서 스탈린에 대항해 싸웠던 과거 우크라이나인들의 파시스트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탈린의 폭압으로 수백만명이 굶어죽은 우크라이나 대기근, 타타르계 주민 10만여명이 희생된 강제이주 등의 비극적인 사건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반러시아 세력들에 파시스트 이미지를 덧입히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점에서는 아베 일본 총리도 푸틴 못지 않다. 아베의 극우 본색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골화되고 있다. 일본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역이용하면서 자국의 역사 왜곡을 은폐하는 중국의 꼼수까지 더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어제 칼럼을 통해 국가주의의 부흥을 경계하며 “위정자들이 과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고 비평한 것은 적절한 지적이다.
스탈린주의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인하지 않는 ‘현대판 차르(황제)’의 행보를 보면 걱정이 더 커진다. 러시아 태생의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가 “푸틴이 거울을 통해 1945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개선행진을 맞는 스탈린을 보게 될까 두렵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비극의 밑바닥에는 싸구려 민주주의와 국가주의적 착각이 깔려 있다. 빌 브라이슨 식으로 말하면 ‘거의 모든 것의 과거’를 훼손해 ‘거의 모든 것의 퇴보’를 초래하는 판국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릴 때다. 한국서도 좌익 교과서들이 문제다. 연산군조차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라고 했거늘.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