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정부가 전격적으로 의사협회 요구를 받아들인 데는 전국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국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가 100명 이상 근무하는 병원 70곳 모두가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서울대·연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이 모두 포함됐다.

의협은 파업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전공의 동참을 끈질기게 유도해왔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최근 전공의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여러분의 단합이 여러분을 보호할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여러분을 보호할 것이다. 지금 기회를 놓치지 말고 투쟁에 참여하라. 오늘의 참여가 여러분의 내일을 바꿀 것”이라고 독려했다. 의협은 이번 합의안에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와 유급 폐지 등을 포함시켰다.

전공의는 전국에서 1만7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주당 100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보낸다. 하루 20시간 이상 일해도 야간 당직비로 1만원 정도를 받는다.

송명제 전공의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은 병원에 속한 노동자”라며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만이 파업 동참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미래 고소득을 보장받는 의사들이 저임금 노동자 운운하며 파업에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지난 16일 서울 명동역 등에서 침묵시위에 나선 것도 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됐다.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인 ‘닥플’과 의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의협 플라자’에서는 휴진에 불참한 의사 명단이 공개되면서 ‘휴진 불참=배신자’로 낙인찍히는 행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사들이 총파업 투쟁을 벌이는 것이 정부와 여당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