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7일 서울 곳곳에서 집회와 행진이 예고되어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2016년 1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광화문 일대 세종대로를 채웠던 참여했던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국회 일대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6일 서울경찰청은 7일 여의도 국회 주변 의사당대로와 여의공원로 등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집회와 행진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집회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대통령 퇴진운동본부'의 시위로, 내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약 4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경찰은 집회 및 행진 구간에 교통경찰 230여 명을 배치해 차량 우회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국회 주변 도로는 집중적으로 교통을 관리하면서도, 국회대로는 양방향 정상 소통을 유지해 교통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또한 광화문과 서울시청 인근 세종대로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려 도심 곳곳의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이는 보수 단체의 '맞불 시위'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다. 이들은 7일 오후 3시부터 대통령 탄핵 반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규탄 시위를 열 예정이다. 주최 측은 경찰에 약 1만2000명의 참가자를 신고했다.경찰 관계자는 "도심과 여의도 일대의 교통 정체가 우려된다"며, "가능한 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차량 이용 시 사전에 교통 정보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오늘 무지개다리를 건넌 두희는 17년을 함께한 나의 반려동물이다. 나는 처음으로 두희를 마음껏 쓰다듬었다. 빳빳하지만 부드러운 털들이 손끝을 지나갔다.”정덕시 작가의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의 첫 문장이다. 이어지는 문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익숙한 기대를 깬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들이 쏟아진다.”타란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류로 독성을 지녔다. 정 작가의 소설은 한국경제신문과 은행나무 출판사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이다. 응모작 367편 가운데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개나 고양이와 달리 인간과 교감이 힘든, 거의 절대적인 단절 상태인 거미를 반려동물로 다룬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평했다.소설은 주인공 수현이 거미 두희를 기억하고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반려 거미에 쏟아지던 호기심과 혐오, 거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의 갈등, 거미 두희를 인공적인 환경에 키우는 일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두희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일까지, 주인공은 천천히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반추한다.요즘 유행하는 ‘펫로스’란 주제, 거미라는 독특한 소재에만 기대지 않는다. 이 소설의 미덕은 인간 중심적이고 따듯하기만 한 손쉬운 결론에
2010년 2월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로화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에게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말했다. “그리스에 필요한 건 돈입니다. 도와야 한다면 지금 도와야 합니다.” 메르켈은 답했다. “당연히 나도 돕고 싶습니다. 우린 모두 유로존의 일원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지만 돈은 절대 내놓을 수 없습니다.”<자유>는 메르켈 전 총리가 쓴 회고록이다. 최근 세계 32개국에 동시 출간됐다. 메르켈이 동독에서 산 35년과 통일 독일에서 지낸 35년의 삶을 돌아본다. 사람들이 메르켈 회고록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어린 시절, 젊은 시절보다는 총리로 재임한 16년간의 일이다. 그는 합리적이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호평받았지만 되돌아보면 많은 실책을 저질렀다.유로화 위기 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뒤에야 행동에 나섰고, 그것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등에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모습이었다. 메르켈은 초저금리일 때도 균형 재정을 앞세워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아 독일의 기반 시설 개선 기회를 놓쳤다.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높였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야욕을 알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회고록에서 이런 실책에 대한 성찰은 잘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사소한 실수는 인정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주요 결정을 옹호한다. 예컨대 러시아 가스를 쓰지 않았다면 독일의 에너지 비용이 너무 비쌌을 것이라며 당시로선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한다.회고록은 별다른 꾸밈이 없다. 반성도 없지만 업적을 요란하게 치장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메르켈을 드러낸다. 성숙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