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짜 점심 없다는 버핏의 충고
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미국 경제 낙관론은 올해도 변함이 없었다. 버핏 회장은 1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해외에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진짜 금맥은 미국에 있다”며 “앞으로 미국 최고의 날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썼다. 지난해 편지에서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올해 서한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경고가 포함됐다. 공적 연금에 대한 경고다. 버핏 회장은 “지방 정부들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며 “공공기관들이 감당할 수 없는 연금 혜택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과 공무원들은 지킬 수 없는 약속 때문에 태어난 ‘금융 기생충’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연금과 관련한 좋지 않은 뉴스들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디트로이트시는 지난해 7월 185억달러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세수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시 예산의 38%를 은퇴 공무원의 연금을 지급하는 데 쓴 탓이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은 올해 공무원 퇴직 연금과 건강보험에 각각 82억달러, 63억달러를 기여해야 한다. 뉴욕시는 올해 2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두 도시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도 파산 직전에 몰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버핏 회장이 미국 경제를 자신하는 건 시장 경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는 편지에서 “시장 경제의 역동성이 계속 마법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을 위한 그의 처방도 역시 시장 경제에 근거한다. 그는 “내가 1975년 캐서린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회장에게 보낸 메모를 참고하라”고 했다. 이 메모에서 버핏 회장은 “연금 계약의 첫째 원칙은 서명(약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라는 것”이라고 썼다.

‘오마하의 현인’이 내놓은 처방은 어려운 수학이 아니다. 마침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3대 공적 연금 개혁에 나선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기억해야 할 건 ‘공짜 점심은 없다’는 단순한 시장 경제 원칙이다.

유창재 뉴욕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