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성과발표회’가 지난 19~20일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렸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가운데)과 수료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2013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성과발표회’가 지난 19~20일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열렸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가운데)과 수료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하하하!!!” “으악~”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 KT&G 상상마당 지하 4층 시네마홀. 문틈 사이로 간간이 웃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박수소리와 섞여 나왔다. 단편영화와 29초 영상을 감상하고 있는 관객들의 반응이다. 창작 포스터와 아트워크 등이 전시되고 프로젝터와 태블릿,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상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2층 갤러리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젊은이들 사이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문화·예술분야 관계자와 예술가, 외국인들이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원장 홍상표)이 주관한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성과발표회 풍경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지도자인 멘토와 교육생인 멘티가 1년간 동고동락하며 생산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드림하이 페스티벌’을 열었다. 창작품 발표회 겸 업계 관계자들과 이어주는 마켓플레이스 공간이다.

관람객들이 차세대 융합플랫폼 맞춤형 만화인재 양성 프로젝트 수료생들의 작품을 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차세대 융합플랫폼 맞춤형 만화인재 양성 프로젝트 수료생들의 작품을 보고 있다.
푸른여름콘텐츠홀딩스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교육생 창작 단편 영화제를 열었고,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은 ‘다큐 창의인재 피칭 프로그램’으로 두 작품을 선정해 각각 500만원의 트레일러 제작 지원금을 전달했다. 대구문화재단은 멘토와 멘티가 협업해 창작한 뮤지컬 세 편의 리딩 공연을 올렸다. 행사기간 중 사업 관계자 외에도 많은 외부인들이 전시장과 프로그램들을 흥미롭게 둘러봤다.

둘째날 진행된 영화, 방송, 스토리, 만화 부문 피칭 프로그램에서는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피칭에 이어 마련된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교육생과 업계 관련자들이 직접 만나 작품 계약 등에 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교육생 이상윤 씨(세종대 산학협력단)는 “첫날 전시에서 웹툰 연재 제의가 들어왔다”며 기뻐했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은 문화 예술 콘텐츠분야를 이끌 젊은 창작자를 육성하기 위해 2012년 시작한 프로젝트다. 영화, 방송, 만화, 음악, 뮤지컬 등 각 플랫폼 기관의 전문가들이 멘토가 돼 멘티(교육생)를 도제식으로 가르친다. 교육생의 창작 능력을 개발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다. 2013년도 사업에서는 이두호 화백, 윤태호 작가 등 8개 플랫폼 기관의 멘토 105명이 멘티 232명을 교육했다. 서로 다른 영역의 교육생들이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고 인적 자산을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처음 구상하고 플랫폼기관인 세종대 산학협력단을 맡고 있는 한창완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콘텐츠 업계에서는 도제식 훈련이 기본이지만 그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도제식 훈련 시스템을 부활시키고자 했다”며 사업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사업이 2년차에 접어들면서 성과도 컸다.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미장센 단편영화제, 스토리공모대전,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20건 이상의 수상 실적을 거뒀다. 교육생 이아람 씨의 ‘자(子)’는 ‘2013 서울 국제 안무 페스티벌’에서 솔로, 듀오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리투아니아와 이스라엘 무용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아 공연할 계획이다. 대구문화재단의 교육생 전미현, 조미연 씨의 뮤지컬 작품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제2회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작에 선정돼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방송콘텐츠진흥재단 교육생 김예찬, 최인석 씨가 기획, 촬영한 다큐멘터리 ‘나는 홈리스 월드컵에 간다’는 지난해 12월 MBC TV 다큐스페셜에 소개됐다.

이 외에도 드라마, 웹 소설, 만화 단행본, 연극, 웹툰 등 30건 이상의 작품 계약 성과를 올리며 교육생들을 창작자로 데뷔시켰다. 세종대 산학협력단은 교육생 30명 중 19명이 작품 연재를 확정지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한 세계경쟁력위원회연합(GFCC)은 지난해 11월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인재 주도형 혁신 우수 사례로 채택, 8개 이사국과 25개 회원국에 소개했다.

‘2013 만화 스카우트 공모전’ 해외부문에 뽑힌 교육생 김선아 씨(메타기획컨설팅)는 “창작 작업을 할 때 적지만 일정한 보수가 나온다는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은 서로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협업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사업 진행을 맡은 박인남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은 “멘티와 멘토들이 교류할 기회를 많이 만들기 위해 네트워크데이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며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별 교류 활성화를 통해 잠재적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음악 시나리오 등 각 분야 교육생들이 공동으로 제작해 출품한 ‘29초 영상제’ 역시 창의성과 교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행사였다. 29초 영상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염하연 씨(방송콘텐츠진흥재단)는 “협업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할 수 있었고, 서로의 장기를 활용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신용언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여러분은 최고의 고수들에게 최고의 무공 비법을 전수받았다”며 “창의를 넘어 창조를 이룰 여러분의 앞날을 지지한다”고 격려했다.

멘토 이종호 고스트픽처스 대표 "창의인재 사업 아마추어 작가에 큰 도움"

문화·예술 '크리에이터' 산실…'콘텐츠 코리아' 미래 맡겨줘 !
“한국 영화에서 공포물에 대한 반응이 싸늘한 이유는 좋은 시나리오 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르에 특화된 작가가 많을수록 그 장르의 매력도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멘토로 참여한 이종호 고스트픽처스 대표(사진)는 침체된 국내 공포영화 시장의 기류를 바꿔보겠다는 목표로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합류했다.

그는 국내 최초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인 고스트픽처스를 설립, 영화 ‘두 개의 달’과 ‘요가학원’ ‘분신사바’ 등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프로작가가 되는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며 “창의인재 동반사업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발전하는 고비를 넘지 못한 작가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놓인 예비 창작자들이 많은 상황을 감안, “창의인재동반사업 같은 프로젝트들이 확대될수록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멘티 영화제작자 지망 문시윤 씨 "많은 창작자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아"

문화·예술 '크리에이터' 산실…'콘텐츠 코리아' 미래 맡겨줘 !
창의인재동반사업 멘티로 참여한 영화제작자 지망생 문시윤 씨(32·사진)는 오는 3월 자신이 기획한 연극 ‘앙코르’를 대학로 무대에 올린다. 연극을 마친 뒤 영화로 제작할 계획이다. 영화판에 발을 들인 지 9개월에 불과한 새내기지만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 멘토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작품이다.

문씨는 공연 기획 일을 하다 영화 기획에 관심을 갖게 됐다. 새로운 도전을 두고 망설일 때 창의인재동반사업을 만난 것. 영화계와 아무런 연이 없던 문씨는 이윤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멘티가 대표로 있는 제작사 ‘아이뉴컴퍼니’에서 근무하며 기획·회의·시나리오 작업 등 영화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문씨가 창작한 ‘앙코르’ 시나리오는 멘토와의 회의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을 접목한 연극 작품으로 거듭났다. 그는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라며 “창의인재동반사업에서 만난 다른 분야 멘티들과 협업으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동반사업’ 인턴기자 유경선·이윤주·나유경·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