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후속조치로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전세에서 월세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감에 따라 전세 지원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대신 월세 지원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월세액의 10%를 소득세에서 직접 빼주고 대상도 총급여 7000만원(종전 5000만원) 이하 근로자로 확대했다. 월세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가계부채 증가 요인 중 하나인 전세대출도 억제해 보겠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세입자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요즘 전세시장에는 웬만한 집값보다 비싼 고가 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돈이 있어도 집을 안 사고 일부러 전세로 사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일단 그럴듯해 보인다. 어차피 월세로 넘어가는 추세라면 전세 지원을 축소하고 월세 지원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도 있다. 자가보유냐, 전세냐, 월세냐 등의 주거형태 선택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이나 가구가 결정할 일이다. 정부가 시집간 딸 챙기듯, 일일이 시장 변화에 맞춰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고 특정한 주거형태로 유도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단기적 시각에서 보면 주택시장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조정하고 싶은 욕구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을 이길 수는 없다. 각자의 주거형태에까지 정부가 끼어들어 보조금과 장려금을 남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최소한의 주거조차 보장되지 않는 최하위 계층에 대해서는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복지 내지는 사회안전망 문제다. 하지만 이 범위를 벗어난 개입은 시장만 왜곡시킨다. 그동안 정부의 퍼주기식 전세대출 지원이 전셋값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 예고된 결말을 보지 않았나. 월세도 마찬가지다. 지원이 확대될수록 월세는 달음박질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고정금리를 선전하던 그 잘난 정부는 지금 아무 말이 없다. 이런 문제는 시장에 맡겨두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