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중국에서 한국 정부가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자격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RQFII는 중국 정부가 국가별로 정해준 금액 내에서 외국 기업이 자체 조달한 위안화 자금으로 중국 내 주식·채권 및 파생상품 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이다. 자격을 얻으면 이제까지 투자가 제한적이었던 채권시장 등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5000조 中國 채권시장' 투자길 넓힌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RQFII 자격 획득과 위안화 허브 구축을 위해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새누리당도 최근 정몽준 의원이 위안화 허브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사항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김기현 정책위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RQFII 자격 획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RQFII 자격 획득을 통해 1차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위안화를 중국 본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금융회사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예금상품 출시 등을 허용해 한국을 ‘위안화 허브’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위안화 표시 상품 발행→위안화 모집→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정부가 RQFII 자격 획득에 나설 경우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RQFII를 얻게 되면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주식 중 내국인과 일부 제한된 외국인만 투자할 수 있었던 ‘A주’와 지난해 83% 오른 차스닥(창업판)은 물론 채권, 선물시장, 머니마켓펀드(MMF) 등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진다. 달러를 갖고 중국 내에서 위안화로 환전해 이를 제한된 조건(주식에 50% 이상 투자, 주식 매입 뒤 1년 내 매도 금지 등) 하에서 투자할 수 있게 한 적격외국인투자자(QFII)보다 운신의 폭이 훨씬 넓다.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위안화로 금융회사를 통해 중국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금융회사들이 현재 약 25억달러의 QFII 자격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RQFII는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RQFII 할당을 받으면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2조4000억달러의 두 배 가까운 4조7000억달러(약 5000조원) 규모인 중국 채권시장 투자 기회가 크게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RQFII 할당을 계속 늘리고 있다. 기존에는 홍콩, 대만에만 RQFII를 줬으나 지난해 영국과 싱가포르에도 자격을 부여했다. 현재 국가별 RQFII 할당 금액은 홍콩 2700억위안(약 47조원), 대만 1000억위안, 영국 800억위안, 싱가포르 500억위안이다. 정부는 최소 싱가포르 규모의 RQFII를 받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

RQFII(RMB 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 중국 정부가 국가별로 할당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해당국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조달한 위안화(RMB)로 중국 본토의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자격.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