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예찬·경외심이 내 음악의 젖줄"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63·사진)가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것은 1999년 5월이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면서 그의 음반들이 정식으로 한국 시장에 발매돼 좋은 반응을 얻은 뒤 이듬해 서울에서 공연을 열 수 있었다.

그가 한국 데뷔 15주년을 맞아 내달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공연을 연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했던 장소다. 그는 1999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 정식으로 발매된 음반은 1998년 첫 앨범 ‘레머니선스(Reminiscence)’부터 지난해 내놓은 ‘피아노 콘솔레이션(Piano Consolation)’까지 총 19장이다. 누적 판매량은 160만장을 기록했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15년이란 초등학생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기간”이라며 “한결같이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나는 공연으로 1999년 5월 첫 콘서트를 꼽았다. “당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메워준 관객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연주가 끝난 뒤에도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셔서 두 시간 넘게 사인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젊은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젊은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당시보다 팬들 연령층이 넓어진 것 같아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악의 영감을 얻는 가장 큰 원천으로 ‘자연’을 꼽았다. “작곡도 삶의 한 부분인 만큼 자연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빠듯한 공연 일정 때문에 호텔을 벗어나기 어려웠다”며 “언젠가 여행으로 한국을 찾아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접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피아노 독주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도 협연할 계획이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공동으로 앨범 작업도 했다.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 가운데 10곡을 골라 함께 연주한 것으로 내달 초 발매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