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왕도 반한 장향갈비…된장 맛으로 사로잡았죠
장향갈비
장향갈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을 총괄하고 있는 염영일 셰프는 ‘고기박사’로 통한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고기를 고를 수 있는지, 불맛은 어때야 하는지, 부위마다 맛이 어떻게 다른지 귀신같이 알아낸다. 고기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염 셰프는 육류와 생선 및 어패류를 정선하고 가공하는 ‘부처(butcher)’ 파트에서 10년간 일했고, 이후 육류를 다루는 일이 대부분인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에 조리장으로 발탁된 경력 20년의 베테랑이다.

고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염 셰프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된장을 이용한 새로운 맛의 ‘장향갈비’를 개발했다. 단지 소스만 바꿨을 뿐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된장의 맛이 구수하게 배어든 갈비 요리를 만드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된장에 재워 구워보니 갈비 특유의 향도 나지 않고 맛이 겉돌기만 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갈비 맛은커녕 텁텁한 뒷맛이 남았다.

염 셰프는 이후 맛이 좋다는 된장 산지를 찾아 수도 없이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만난 된장이 ‘보리된장’이다. 보리된장은 보리쌀로 만든 메주에 콩을 섞어서 담그는 된장이다. 구수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어서 고기와도 궁합이 잘 맞았다. 뿐만 아니라 간장소스보다 고기의 육질을 더 부드럽게 했다.

오랜 산고 끝에 만들어진 장향갈비는 금방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워커힐에 묵었던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도 명월관의 장향갈비에 반해 갈비를 무려 75인분이나 구입, 포장해 갔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줬다는 감사의 표시로 염 셰프에게 명품 요리칼까지 선물했다.

“한국의 맛을 중동의 국왕이 좋아해주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갈비를 연구하면서 고생했던 기억들이 그야말로 눈 녹듯이 사라졌죠. 마치 처음 요리의 길에 입문해 꿈에 들떠 있던 시기처럼 새로운 희망이 솟아올랐습니다.”

그가 요리사가 된 것은 군에 입대하기 전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레스토랑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요리가 무조건 좋았어요. 그전까지는 특별히 요리사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요리를 접하면서 ‘아! 이 길이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나마 들기 시작했죠.”

제대 후 그는 본격적으로 조리에 대한 지식을 쌓아나갔다. 하면 할수록 새로운 요리의 세계가 펼쳐졌다. 다양한 레시피를 가지고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낼 때 희열이 가장 컸다. 장향갈비를 만든 것도 요리에 대한 집념이 이룬 성과였다. 염 셰프는 장향갈비 개발과 더불어 호텔업계 최초로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한식의 세계화가 화두인데요, 세계인 누구나 좋아해 같이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우리 음식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요리법을 개발한다면 한식 세계화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을까요?”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