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훈 CU 삼성1호점 사장이 판촉행사 중인 우유 제품을 가리키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정남훈 CU 삼성1호점 사장이 판촉행사 중인 우유 제품을 가리키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의 BGF리테일 본사 교육장. 정남훈 CU 삼성1호점 사장(58)이 강단에 섰다. 정 사장은 지난 10여년간 편의점에서 펼친 자신의 인생 2막을 1시간30분간 진솔하게 들려줬다. 그는 직장생활 22년을 마감하고 자신의 첫 사업으로 편의점을 선택, 인생 2막을 꾸려오면서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한 노하우를 자세히 들려줬다. 이날 ‘창업스쿨’에 참석했던 5060세대 예비창업자들은 그의 얘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 경험이 보약이다

정 사장은 2003년 3월 22년간 몸담았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군대를 제대하고 들어간 우유업체에서 퇴직할 때까지 그는 영업 일에만 몸담았다. 영업 일을 오래 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위안이었다. “영업할 때의 성실함으로 승부를 걸면 내 사업에서도 망할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자위했다. 4개월간 휴식기를 가진 뒤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업종을 고를 때 원칙은 일단 리스크가 적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수익보다는 안정성이 우선이라는 거죠. 인생 2막에서는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 거든요. 그런 점에서 편의점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업종과 브랜드를 결정한 뒤 점포 물색에 들어갔다. ‘장사의 달인’이란 별명을 지닌 친구를 데리고 3개월간 서울·수도권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서울 삼성동 지금의 점포를 보자 그 친구의 표정이 갑자기 달라졌다. ‘장사의 명당’이라는 것이다. 낮에는 오피스 상주 인구가 풍부하고 저녁에는 유흥상권으로 변신, 늦은 밤까지 손님이 유입된다는 점에서다. “점포를 하루종일 관찰해 봤어요. 상권이 좋은데도 손님이 별로 없더라고요.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 가게를 방치하다시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점포 인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장기적 안목 가져야

2003년 7월 드디어 자기 가게를 열었다. 영업에는 자신이 있다는 그였지만 3000개가 넘는 상품을 관리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개점 초기 상품을 발주하는 데만 하루 10시간이 걸렸다. 장사 초보자인 데다 기기를 다루는 데 서툴렀던 탓이다. 재고 조사에서 540만원이 펑크난 적도 있었다. 펑크난 상품의 대부분은 편의점 매출을 좌우하는 담배와 캔 맥주였다.

“편의점은 인력과의 싸움입니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성실한 인력을 구하는 게 생명입니다. 하루이틀 일하다 그만두는가 하면, 말도 없이 그만두기도 하고요. 개점 초기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해서 점포 안 의자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힘이었다. 알바 구하기가 어려울 때는 아들과 딸이 친구들과 함께 일손을 덜어줬다. 부인은 지금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게 일을 돕는다.

정 사장이 10여년간 꾸준히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은 덕분이다. 2006년 강남구가 도입한 편의점용 민원발급기를 맨 처음 들여 놓은 것도 그였다. 민원발급기는 초기엔 골칫거리였다. “발급기 어디 있어요?” “어떻게 써요?” “동전 좀 바꿔 주세요.” 매출에 도움은 안 되고 일만 늘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민원발급기는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중반 가맹본사에서 멤버십 카드를 발급, 할인과 적립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했을 때, 맨 처음 이 제도를 시행한 것도 그였다. 장기적 안목으로 손님이 늘어나기를 기다렸다. 인내심의 대가는 매출 증가로 돌아왔다. 개점 초기 하루 150만원 안팎이던 매출이 2000년대 중반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 지금은 300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