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법률분야 '한강의 기적'을 위해
작년 초 말레이시아 변호사회와 정례 교류를 위해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현지 한국 무역 대표부를 찾아갔더니, 말레이시아에 있어 한국은 10위권 무역상대국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무역 규모가 생각보다 커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걸맞은 양국 간의 법률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말레이시아에 상주하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이 많은데 법률 수요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물었더니, ‘외국 변호사가 관여하거나 비법률가인 브로커들의 비정상적인 자문에 의존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말레이시아뿐만이 아니다. 청년 변호사들의 연수 교류를 정례화해 상호 법률적인 이해를 증진시키기로 하고 돌아왔지만 이러다가는 해외에서 우리 교민이나 기업들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해 큰 낭패를 당할 것 같아 심히 걱정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법률 서비스 분야 무역수지 적자는 7억420만달러(약 7594억원)로 국내 법률시장 매출의 25% 수준이라고 한다. 법률시장이 아직 완전히 개방(2017년 3차 완전개방)되지 않았는데도 이런 상황이니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적자폭은 더 커질 것이다.

법률 서비스 국제 경쟁력과 관련해선 영국이 참 부럽다. 영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법률적 뒷받침을 통한 무역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외교관들이 앞장서서 현지의 법률관계자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활동을 아끼지 않는다. 비용의 일부는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일부는 법률가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자국민의 해외 법률 서비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에 상응하는 법률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도 한국 법제를 몰라 뜻하지 않은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청년 변호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요즘 정부당국과 변호사 단체가 지혜를 모아 그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위철환 < 대한변호사협회장 welawyer@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