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국제부 기자



‘2014 소치 올림픽 기념품이 살아있는 강아지?’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바지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 사이에서 ‘이색 기념품’이 화제입니다. 바로 살아있는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인데요. 미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단체로 유기견 입양을 결정했고, 러시아 항공사 에어로플로트는 미국까지의 강아지 수송 비용을 전액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가장 먼저 입양을 결정한 사람은 이번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딴 미국의 거스 켄워시 선수입니다. 그는 소치의 길거리를 떠돌던 강아지 가족 네 마리를 집으로 데려갈 예정이라며 트위터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한 마리는 그가 키우고 그의 형이 나머지 세 마리를 키우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스노우보드 국가대표로 출전한 린제이 제이코벨리스 등 다른 선수들도 입양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제이코벨리스는 “올림픽 성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아 우울했지만 유기견들 덕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그가 돌보던 강아지 ‘푸치’를 미국으로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소치의 유기견 문제는 올림픽 개막 전부터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지난해 연말부터 유기견들이 개막식 리허설장과 선수촌 주변에 떼로 출몰했기 때문인데요. 러시아 정부는 사설업체를 고용해 유기견 도살에 나섰고,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일었습니다. 급기야 러시아의 사업가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소치 지역에 1만5000달러를 기부해 유기견 보호소 ‘포보독’을 긴급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올림픽이 개막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애견인구가 특히 많은 미국의 국가대표팀은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 중 90% 이상을 돌볼 정도롤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아이스하키팀 등 과격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도 하루 중 휴식 시간마다 이 보호소를 찾아 강아지들과 뛰어놀았다는 후문입니다. 포보독은 현재 소치에 있는 유기견이 20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대체 이 많은 유기견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외곽의 허허벌판이던 소치에 갑자기 건설 인부 등 사람들이 몰려들어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전국의 유기견들이 소치로 몰려왔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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