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 무력충돌로 발생한 유혈사태 희생자가 19일(현지시간)에도 계속 늘고 있다. 국가보안국은 과격 세력을 상대로 ‘대(對)테러 작전’을 개시했다.

하루 전 의회 의사당 쪽으로 거리행진을 벌이려는 야권 시위대를 경찰이 저지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무력 충돌은 이튿날 새벽까지 계속되며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충돌이 격화하면서 시위대가 경찰에 총격을 가하고 경찰이 고무탄과 섬광소음탄 등으로 대응하면서 희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 라이사 보가티례바는이날 “어제부터 발생한 유혈 충돌에 따른 사망자가 모두 26명이며 그 가운데 10명은경찰, 나머지 16명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타르타스 통신에 “경찰 370명이 부상해 350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부상자 가운데 74명은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내무부는 민간인도 380여 명이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던 부상자들이 숨지거나 새로운 시신이 발견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0일을 유혈사태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내무부는 이번 무력 충돌 과정에서 59명의 시위 참가자를 체포해 불법 시위혐의로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키예프 시내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대규모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루 전날 저녁부터 시위대의 본거지인 시내 독립광장에 대한 진압 작전을 펼친 경찰과 보안군은 광장의 상당 부분을 점거하고 시위대와 대치 중이다.

시위대 5000여 명은 여전히 독립광장에 남아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의 추가진압 작전에 대비하고 있어 긴장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다른 시위대 수백 명은 지난 주말 철수했던 시청 청사로 재진입해 장기 농성 준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주재 외국 대사들은 이날 오후 야권 지도자들과 만나 정국 위기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방부 장관 대리 파벨 레베데프는 이날 동부 도시 드네프로페르롭스크에 주둔 중인 제25공수여단 병력을 키예프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군 병력이동은 시내 무기고 경비를 위한 것이며 군인들이 시위 진압에 동원되지는 않을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대테러센터는 이날 국가 전역에서 대테러 작전에 착수한다고 알렉산드르 야키멘코 보안국장이 밝혔다. 야키멘코 국장은 “지난 하루 동안의 사태는 극단주의 성향 조직의 무기 사용과 무력 저항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며 “대테러 작전 개시에 대해 대통령에게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주의 세력들이 서부 지역 여러 곳에서 국가기관과 경찰서,보안국, 검찰, 군부대 등을 공격해 무기를 약탈했다며 지난 하루 동안만 1500정의 총기와 10만 발의 총탄이 범죄자들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작전 개시 배경을 설명했다. 테러와의 전쟁법에 따르면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공무원은 무기와 특수 장비를사용할 수 있고 불시 검문검색을 실시할 수 있으며 차량 통행과 보행을 제한하고 주거시설 등에 들어가 조사활동을 벌일 수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