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주최자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주최자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전대) 연기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가 확산되면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비(非)주류 의원들은 전대 개최 시기를 6·4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려는 지도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제왕적 당권’이라는 단어까지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잠재돼 있던 계파 갈등이 선거 공천과 차기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임기를 3개월 앞둔 친박 지도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 14명은 18일 긴급 ‘재선 의원 모임’을 열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상향식 공천’ 실시 등 구체적인 공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표면적으로는 계파 갈등을 청산하기 위한 민주적 공천 시스템을 만들자는 요구지만 실제는 현 지도부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해 소장파 의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자리였다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김성태 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것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며 “지도부 말대로 5월 전대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전대 준비를 고의적으로 지연하고 당을 안일하게 운영해온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계파 갈등을 불식시킬 수 있는 제왕적 당권을 내려놓는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져야만 새누리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전대 연기와 관련해 많은 당내 의원들의 침묵하는 분노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 영입 과정에서 불거진 ‘박심(박근혜 마음)’ 논란도 친박 지도부에 대한 당내 불만을 초래한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박심 논란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지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도 못하자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라며 “차기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 신경전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