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주워담은 사람 얘기
정민아(사진)는 홍대 인디신에서도 다소 독특한 존재다. 25현 개량 가야금을 뜯는 국악기 연주자인 동시에 포크 음악을 쓰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다. 가야금을 연주하며 서양 음악을 부르는 사람은 홍대 클럽을 통틀어 그밖에 없다. 그가 최근 정규 4집 음반 ‘사람의 순간’을 발표했다.

이번 음반에서 그는 가난한 아가씨, 현재 그와 나이가 같은 서른셋 시절의 엄마,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등의 삶을 노래했다.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약하고 소외된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생의 찬란함과 고통 사이에서 반짝임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람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음반 작업을 위해 그는 1년 가까이 전주, 원주, 부산, 안양 등을 돌아다녔다. 곡과 가사를 ‘줍기 위해’ 유랑길에 올랐다고 했다.

“막상 곡을 써보니 전작(3집 ‘오아시스’)과 같은 말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도서관에 가서 아무 책이나 읽다가 ‘가난한 아가씨’ 가사를 썼어요. 괜찮은 방법 같아 처음에는 도서관 전국 투어를 다녔죠. 낮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밤에는 찜질방에서 잤어요.”

도서관 투어를 시작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원주 ‘토지문화관’, 부산의 독립문화공간 ‘아지트’ 등에서 몇 달씩 머물며 곡을 만들었다.

그는 데뷔 당시 낮에는 전화상담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홍대서 공연하는 뮤지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1집 ‘상사몽’이 인디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1만장 이상 팔려 나갔고 타이틀곡 ‘무엇이 되어’는 중학교 일부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지만 생활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소속사 없이 활동 중인 그는 이번 앨범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다. 166명이 851만원을 내놓았다.

“소방관, 해남 미용실 주인 아주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원을 받았어요. 응원 메시지도 함께 받았는데 음악을 계속해도 좋다는, 제 앞으로의 삶을 허락받은 느낌이랄까요.”

정씨가 처음 곡을 쓰기 시작한 건 가야금 연주만으로는 공연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정체성이 더 확고해 보였다. “한국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가야금 연주자 역시 제 정체성 가운데 하나예요. 저는 가야금이라는 악기로 현재의 삶을 말하는, 그냥 ‘음악가’입니다.”

내달 8일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 15일엔 춘천 공간나눔에서 앨범 발매 콘서트를 연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