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임 대광엘리베이터 사장이 경기 안산시 성곡동 본사에서 엘리베이터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박정임 대광엘리베이터 사장이 경기 안산시 성곡동 본사에서 엘리베이터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1987년 가정주부였던 박정임 씨는 창밖의 고층 건물을 보다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국은 땅이 좁아 고층 건물이 늘어날 테고 그러면 엘리베이터가 중요한 이동수단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1년 후 그는 엔지니어 출신의 남편과 함께 ‘대광엘리베이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26년간 대기업이 활약하는 3조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 꿋꿋이 틈새시장을 지켜 왔다. 지난해 매출은 70억원.

박정임 사장은 “똑같은 모양의 엘리베이터를 수십대씩 만들어내는 대기업들과 달리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엘리베이터’를 제조하고 있는 것이 성장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맞춤형으로 차별화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도면 베끼기 작업으로 밤을 새웠다. 박 사장은 “선진 기술이 적용된 엘리베이터 도면을 많이 접하고 이를 보고 똑같이 그리는 작업을 반복했다”며 “도면을 수백장 넘게 그리며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정형화된 엘리베이터에서 벗어나 건물의 쓰임새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뒀다.

그는 “화물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건물별로 주로 실어 나르는 물건의 부피와 무게 등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엘리베이터 개발이 절실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를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 물건의 특성에 맞게 설계할 수 있게 됐고 직사각형, 원형은 물론 마름모꼴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모양의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500여 고객사를 확보해 이들과 평균 20년 넘게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직원 수도 15명에서 50명으로 늘었다.

◆방화도어도 국산화

박 사장은 화물용 엘리베이터 방화도어를 국산화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에는 방화에 대비해 도어와 별도로 셔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방화기능이 있는 도어를 만들면 셔터를 이중 설치할 필요가 없다. 대광은 2006년 이를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박 사장은 “이전엔 비싼 외국산 방화도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화셔터를 이중으로 설치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외국 제품의 5분의 1 가격으로 방화도어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방화 관련 규정이 강화되고 있어 방화도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지상주의가 성공 비결

박 사장은 이런 기술력의 비결로 DK연구소를 꼽았다. 2004년 DK연구소를 신설해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5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DK연구소는 기존에 없는 다양한 승강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승강기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들을 점검하고 이에 맞게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전 직원의 80%가 기술직이다. 영업 등을 맡고 있는 직원들도 입사 직후 1~2년 동안은 무조건 기술부터 익히도록 한다.

박 사장은 “기술을 알지 못하면 전화 상담조차 할 수 없도록 한다”며 “모든 직원이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고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가 기술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