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바닥권을 헤매던 소비경기가 꿈틀거리고 있고 기업 투자도 기업 규모와 업종, 산업현장별로 편차는 있지만 온기가 점차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표와 현장 취재를 아우르는 새해 첫 경기진단을 한 결과 지금 같은 회복세에 탄력이 붙으면 올해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연 4% 안팎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2012년 2%, 2013년 2.8%의 저성장 국면을 3년 만에 돌려놓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1월 소비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4% 급증했다. 설 특수가 반영되긴 했지만 업계에서조차 “우리도 믿어지지 않는 수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 매출(7.2%)과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9.1%)도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속도로 통행량은 지난달 10.9% 늘어 1월 수치만 비교할 때 10년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기업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산업용 전력 소비량도 지난달 4.4% 늘어났다.
소비와 함께 민간 경기의 축을 이루는 투자 지표는 지난해 바닥을 찍었다. 공장을 돌릴 기계류 등 자본재 수입이 늘었고 작년 12월 설비투자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직은 회복 초기지만 경기가 확장 상태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 수준의 소비와 투자 회복세로는 저성장을 완전히 탈출할 수 없다. 더욱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간판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중소기업들의 고단한 처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제조업 지표가 매월 횡보하고 있어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생성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가장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 직종은 서비스·물류·인사관리(HR)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지난해 7월 세계 각국 기업 관계자 약 1400명에게 '향후 3년 사이 생성 AI로 인해 3% 이상 규모의 인원 감축이 예측되는 분야'를 묻자, 전체 응답자의 48%가 '서비스 운영 직종'을 꼽았다.이어 '물류 관리'(공급망 및 재고 관리)와 'HR'이 각각 전체의 47%와 46%였다. 이 외에 '생산'(41%)과 '리스크 관리·법무·규정 준수'(37%) 직종을 거론한 이들도 많았다. 인원 감축 전망이 가장 적었던 건 '서비스 및 상품 개발'(23%)과 'IT'(25%) 직종이었다.서비스 직종에서 향후 3년 사이 총원의 20%가량을 해고하는 대규모 감원이 있을 거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전체 15%에 달했다.생성 AI를 1곳 이상의 업무 영역에서 사용 중이라고 답한 비중은 71%였다. 지난 2023년 조사(33%)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테크'와 법무 같은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 생성 AI를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는 답변율이 각각 88%와 80%로 가장 높았다. 다만 '금융'(65%) '보건·제약·의료 상품'(63%) '에너지·소재'(59%)는 낮은 편에 속했다.업종별 수치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생성 AI가 당장 필요한 수요가 사업마다 다르고, 기업 문화와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탓으로 해석된다.맥킨지는 "서비스나 물류 등에서 인원 감축 전망이 나왔지만, 반대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나 상품 개발 같은 직종에선 직원 수를 더 늘려야 할 것이라는 답변도 많았다"고 설명했다.신현보 한경닷컴 기
대법원이 과수나 종자가 시중에 판매됐더라도 1년 이내라면 품종보호를 출원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대법원 제2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A씨가 B 농업회사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품종보호권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이번 사건은 B사가 자체 개발한 블루베리 품종 ‘메가블루’의 품종보호권을 두고 벌어졌다. B사는 2019년 12월 해당 품종을 출원했다. 그러나 A씨는 이 품종이 출원 이전부터 ‘크루어’라는 명칭으로 시중에서 판매됐으므로 신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2022년 7월 품종보호심판위원회에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했다.쟁점은 ‘메가블루’의 신규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식물신품종 보호법상 품종보호를 받으려면 신규성, 구별성, 균일성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A씨 측은 품종보호 출원 전에 이 품종이 다른 이름으로 판매됐으므로 신규성이 없다고 주장했다.1심인 품종보호심판위원회는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메가블루와 크루어가 동일한 품종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B사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1년 이내에 대한민국에서, 6년 이내에 해외에서 이용을 목적으로 양도됐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도 원심 결론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메가블루의 양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품종보호 출원이 가능하다는 법리는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메가블루가 상업적으로 양도됐더라도 1년 이내에 특허가 출원됐다면 신규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용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처음 양도된 날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들어가는 핵심 장비인 열압착(TC)본더 제조 장비 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미반도체가 70% 이상의 점유율로 장악해왔던 이 시장에 한화세미텍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본격 진입하면서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후발업체인 ASMPT,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ASMPT도 그랬듯이 이번에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날선 모습을 보였다. 곽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주 한화세미텍의 SK하이닉스 납품 성사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다각화를 겨냥한 것이다. 한화세미텍은 지난주 SK하이닉스의 품질 검증(퀄 테스트)을 최종 통과하고 210억원 규모의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지난해 매출의 5.38% 규모다. 정확한 납품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던 SK하이닉스는 이번 공급계약으로 공급망을 이원화하게 됐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제조기업을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인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필수적이다. 곽 회장은 글로벌 1위 기업으로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 회장은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에 따라 HBM용 TC 본더 장비 수요는 올해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의 HBM TC 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