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 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성장이 급격히 둔화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성장이냐 긴축이냐’의 논쟁에서 성장파 입장을 지지한 셈이다.

IMF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부채와 성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가 부채 비율과 경제성장률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성장률이 급격히 꺾이는 특정 부채 비율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IMF는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같아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처럼 정부의 힘이 강력하고 잠재성장률이 높은 국가와 정부의 비효율이 심각한 이탈리아 그리스 등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IMF의 이 같은 주장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카르멘 라인하트·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라인하트-로고프 교수의 주장은 재정위기에 처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국가의 재정 긴축을 위한 논리적 근거로 활용됐다. 반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성장파’들은 긴축이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성장이냐 긴축이냐’의 논쟁을 불러왔다.

안드리아 페스카토리 IMF 연구원은 “부채의 증감 속도(추세)가 절대적인 부채 규모만큼 중요하다”며 “부채가 많은 나라일지라도 부채가 줄어드는 추세일 경우 부채가 낮은 국가와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부채 감축이 아니라 성장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며 위기 상황에서 무리한 재정 긴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그러나 “성장률을 저하시키는 부채비율의 기준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