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항공산업
“쌍발 엔진 성능이 우수한데도 업체가 무리하게 단발 엔진이 낫다는 주장만 펴고 있다.”(공군 관계자)

“세계 시장에서도 팔리는 단발 엔진 비행기를 만들어야 한다.”(KAI 관계자)

지난 11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공연이 펼쳐진 싱가포르 에어쇼. 공군 및 국내 비행기 제작사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KF-X의 ‘엔진 개수’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KF-X는 2022년까지 공군의 미디엄급 전투기 120여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사업이다. 최근 엔진 형태를 ‘단발’로 할지 ‘쌍발’로 할지를 놓고 “수출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업체(KAI)와 “성능이 중요하다”는 공군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관련업체와 군 모두 에어쇼 현장에선 국내에서 들려온 ‘4월 중 보라매 사업(KF-X) 입찰 공고’ 소식에 일제히 환호했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은 원하는 성능의 항공기를 제때 도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그동안 수차례 미뤄져온 KF-X 사업 일정이 확정됐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소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엔진 기종에 대한 이견은 좁혀질 기미가 없다.

상업적 성격의 싱가포르 에어쇼답게 현장 분위기는 단발 항공기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미국 항공군수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부사장은 “쌍발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은 재정적인 재앙(disaster)”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수출 활로를 뚫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작업체로 선정될 것이 유력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하성용 사장도 “기업은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며 단발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공군 관계자는 “전투력 우위 확보가 최우선인 국방이 경제논리에 압도돼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장에서 만난 예비역 출신의 항공업체 관계자는 “KF-X의 기본 취지가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인 만큼 이에 맞춰 입찰이 결정돼야 한다”며 “한국 항공산업의 수준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에어쇼에 참가한 세계 900여개 항공 군수업체 중 한국 업체는 단 3곳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에 기초해 입찰이 진행되길 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대훈 정치부 기자/싱가포르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