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차기 총재 누구?…전·현직 고위관리에 들어보니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고위관료)는 NO! 중앙은행 독립성만 외치는 ‘투사’도 NO!”

다음달 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후임자 인선을 놓고 비교적 청와대 사정에 밝은 전·현직 고위관료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다.

이들은 현재 거론되는 10여명의 후보군 외에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모피아와 한은 내부 출신 인사들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모피아 출신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물론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현정택 인하대 교수도 ‘탈락’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은 내부 반발도 문제지만 국제금융계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부담스럽다는 관측이다. 박철 이주열 전 부총재 등 한은 내부 출신 역시 현 경제팀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는 평이다. 이른바 ‘폴리시믹스(재정-통화정책 융합)’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것.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A씨는 “만약 신 교수가 한은 총재를 맡게 된다면 이는 신 교수와 정부 모두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찌감치 내정된 상태. 5월부터 스위스 바젤에 있는 BIS에서 근무하기로 돼 있는 상황에서 국제 관례상 이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고위관료는 “신 교수가 한은 총재로 오기 위해서는 본인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해야 하는데 아주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신 교수가 지난해 말 이미 BIS 측에 ‘한은 후보로 거론되더라도 본인의 BIS행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통보했다는 것.

신 교수를 배제한다면 남는 그룹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이덕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조윤제 서강대 교수 등이다. 이른바 ‘정권 실세’ 그룹은 김 교수와 김 원장을, 정부와 학계에선 이 대표와 조 교수 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었다. 다만 김 교수가 최근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점 등이 인선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원장은 상대적으로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가능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초대 금융비서관을 지낸 것도 강점이다. 이런 이유로 김 원장이 1순위는 아니지만 최소한 2순위 후보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김 원장 부친인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장이 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특수관계인데다 KDI 원장을 맡은 지 1년이 채 안됐다는 점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과 우리은행장을 역임해 이론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의 대부로도 통한다. 다만 이들 후보는 모두 청와대에서 총재직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해 전문성과 국제금융에 대한 안목을 갖췄다는 평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맡은 경력을 박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변수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