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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러시아, 빅토르" 연호…언론 "러'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
푸틴 대통령 축하 전문…감독 "안-그리고리예프 콤비 작전이 주효"

러시아가 15일(현지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에 또다시 열광했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 선수인 빅토르 안이 자국 쇼트트랙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안겼다며 흥분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안 선수에게 직접 축전을 보내 선전을 치하했다.

◇ 현지 언론·관중 열광 = 경기를 생중계하던 러시아 TV 방송 '제1채널' 아나운서는 "빅토르 안이 러시아에 3번째 금메달을 안겼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관중도 "빅토르 안"과 "라시야"(Russia)를 외치며 자국인 선수와 다름없는 열광적인 성원을 보냈다.

아나운서는 빅토르가 러시아 선수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소치 올림픽 특집 대담프로를 진행하던 다른 유력 TV 방송 '라시야-1'도 방송 중간에 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참석자들이 다 함께 "라시야"를 연호했다.

빙판에 얼굴을 대고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감격에 젖어 있던 안 선수는 일어나 러시아 국기 2개를 함께 들고 링크를 돌며 러시아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곧이어 은메달을 딴 같은 팀의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와 국기를 나눠 들고 기쁨을 만끽했다.

다른 언론 매체들도 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속보로 앞다퉈 보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빅토르 안이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전하면서 안 선수의 상세한 이력을 소개했다.

스포츠 전문 통신 'R-스포르트'는 안 선수가 쇼트트랙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러시아에 안겼다면서 역시 안 선수의 이력을 덧붙였다.

다른 스포츠 전문지 '베시 스포르트'도 "안 선수가 러시아 쇼트트랙 역사상 첫 번째 금메달을 땄으며 스스로 올림픽 4관왕이 됐다"고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빅토르 안과 그리고리예프가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시에 따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 쇼트트랙 감독 세바스티얀 크로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크로스는 인터뷰에서 "경기 결과가 아주 만족스럽다"며 "승리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드디어 실현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크로스는 'R-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는 안 선수와 그리고리예프가 사전에 짠 콤비 플레이 작전에 따라 결승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 결승에 나선 선수가 5명이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처음부터 선두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리예프에게 곧바로 맨 앞자리로 치고 나가 중간 속도를 유지하라고 주문했고 안 선수에게는 두 번째 자리를 지키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안과 그리고리예프가 서로 자리를 맞바꿔 좋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훌륭한 결과를 냈다"며 "두 선수가 끝까지 필요한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성공해 기쁘다"고 말했다.

안현수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고리예프와 사전에 작전을 짰고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기로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경기 초반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1, 2위를 차지한 것이 기쁘다"면서 "우리는 한팀이며 메달은 우리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리고리예프도 사전 작전에 따라 안 선수와 콤비 플레이를 펼친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럼에도 마지막 바퀴에선 서로 1위 자리를 다퉜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속도는 더 빨랐지만 빅토르가 더 좋은 트랙을 잡아 그를 추월할 수 없었다"며 "그가 더 지혜로웠고 경험이 그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 푸틴 대통령 전문 보내 축하 = 크렘린궁은 이날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안 선수와 그리고리예프에게 푸틴 대통령이 축하 전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푸틴은 전문에서 "안 선수가 경기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으며 경쟁 선수들보다 더 빠르고 강했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났다"고 칭찬하면서 "당신을 믿고 응원한 관중과 팬들의 강력한 지원도 승리에 보탬이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 알렉세이 크라프초프는 스포츠 전문지 '스포르트 엑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꿈같은 일을 해냈다.

환상적이다"라며 흥분했다.

그는 "이제 쇼트트랙이 러시아의 주요 스포츠 종목이 됐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오늘 결승전을 본 사람은 누구나 쇼트트랙 경기에 완전히 매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하 대열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까지 가세했다.

그는 안 선수의 승리에 대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러시아는 앞서 10일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안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을 때에도 열광적 성원을 보낸 바 있다.

언론 매체들이 안 선수의 메달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물론 모스크바에 머물던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까지 축하 전문을 보내 안 선수를 치하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