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관성에 대해 현격한 의견 차이를 확인하면서 불과 일주일 남긴 혈육 상봉이 또다시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측은 이날 접촉에서 오는 24일부터 진행될 예정인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을 25일 끝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이에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결국 양측은 이날 대화를 자정 가까이 이어갔지만 각자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으면서 고위급 접촉은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이날 접촉 결렬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들어간다면 지난해 9월처럼 북한이 정세를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소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그동안 북한은 대외 매체 등을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자체의 중단을 요구해왔지만, 이번 접촉에서는 훈련 일시를 연기해달라는 수정 제안을 들고 나왔다.

북한이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해가며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요구한 건 처음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기존 태도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지난 5일 이산가족 상봉 날짜를 이달 20∼25일로 하기로 남북이 합의했을 때에도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과 일부 겹치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훈련 기간과 겹치지 않는 17∼22일 개최를 요구했지만 북측이 제안한 20∼25일 개최안을 수용했다.

훈련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틀 겹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불씨를 남기게 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측이 이날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이행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제안했고 북측이 이런 기본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는 점에서 아직 행사 무산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역시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에 다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킨다면 향후 남북관계를 크게 경색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선전전에 최대한 활용한 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