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美·英처럼 세제 혜택 늘려야 시장 살아난다"
“증시 거래량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 절대적으로 모든 기준에서 감소폭이 훨씬 크다. 세제 정책이 더 이상 자본시장을 억눌러선 안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촉매가 돼야 한다.”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사진)는 급속하게 활력을 잃고 있는 자본시장을 되살릴 결정적 ‘반전카드’로 세제정책을 꼽았다. 같은 약재도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데 그동안 시행된 자본시장 관련 세제정책은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자본시장 여건이 고사 위기에 처한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세제정책을 세원확보 수단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기업의 정상적 자본조달을 돕는 성장 유인책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한국증권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학계의 대표적 증권 전문가다. 그는 지난 5일 숭실대 연구실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각종 증권 관련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으로 위기국면을 분석했다.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조4000억~3조8000억원대를 오가고 있다”며 “거래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었다는 작년보다도 올해 15%가량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이 같은 증시거래 위축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과도한 규제가 시장둔화를 부채질했다고 안타까워했다. “2012년 3월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를 5배 인상하면서 파생상품시장이 위축 됐던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2012년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 감소에 한국의 거래 축소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당시 전 세계 절대 거래 총량 감소분의 9%, 주가지수옵션 거래 총량 상실분의 30%가 한국 파생시장 거래건수 감소에 기인했을 정도다.

그는 “거래승수를 올렸지만 개인투자자 상대 비중은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상대적 비중만 늘어난 만큼 앞으로 거래승수 하향조정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거래승수란 지수포인트를 매매가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상수값이다. 거래승수가 커지면 투자자 부담이 증가한다.

장 교수는 작년부터 대부분의 선진국 자본시장이 활력을 되찾은 반면 한국은 시총이 늘어도 거래량 등 실질적 내용은 악화되고 있는 구조를 빨리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에선 2012년에 ‘잡스법(JOBS act)’이라는 신생기업 지원법을 통해 자본시장 진입제도를 개선했고 영국의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AIM은 자금의 70% 이상을 5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간접펀드(벤처캐피털 트러스트)엔 1인당 20만파운드 투자범위 내에서 배당소득세 등 거의 모든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주식거래 및 기업공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으로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기준보다 인하하는 것을 꼽았다. 코스닥시장은 증권거래세율 0.3%를 0.15% 정도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법인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것도 비상장법인의 상장을 유도하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상장주식 양도시 장기보유 투자자에겐 특별공제를 적용한다거나 △2006년 폐지된 코스닥 상장기업에 대한 사업손실준비금 제도를 부활하고 △코스닥시장 대주주 범위를 유가증권시장 기준과 동일하게 맞추는 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