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서울 강서구 등촌동 430-1번지, 잊어버리지도 않아요. 1978년 군의관으로 국군수도병원에서 근무했었죠. 1981년 2월 제대했으니, 꼭 33년 만에 돌아왔네요.”

군의(軍醫)가 아닌 민간 의사 출신으로 첫 국군수도병원장을 맡은 이명철 원장(66·사진). 병원장 취임 다음날인 지난 4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만난 그는 국군수도병원과의 인연부터 소개했다. “1978년 군의관 훈련소인 군의학교 시절 연대장후보생을 맡았는데, 어제 취임식 때 군인들의 우렁찬 거수경례를 받으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36년을 돌고 돌아 다시 국군수도병원에 온 걸 보면 ‘운명’ 같은 게 있나봅니다.”

이 원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1973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내과학 석·박사를 받았다. 1990년대 핵의학 불모지였던 한국의학계에 핵의학전문의 제도를 도입하고 세계핵의학회 회장, 세계동위원소기구 회장 등을 맡으며 한국 핵의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국내 핵의학계 석학으로 꼽힌다. 서울대 의대 교수로 30년 이상(1981~2012년) 재직하고, 2012년부터 최근까지는 가천길병원장을 맡았다.

연구 환경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군병원으로 간 이유를 물었다. 국군수도병원장은 그동안 주로 현역 대령들이 맡아왔고, 2009년 책임운영기관이 되면서는 예비역 준장이 맡았던 자리다. “30여년 전 군의관 때도 느꼈던 것인데, 대한민국 군병원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최고의 진료를 받아야 할 국군장병들이 민간 병원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면, 어느 군인이, 또 어느 부모가 마음 편히 자식을 군에 보내겠습니까.”

“서울대병원 의사로서 30년 넘게 ‘국록’을 먹은 자의 의무이기도 하다”라는 답과 함께 개인적인 이유도 덧붙였다. “2년 전 가천길병원으로 갈 때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왜 굳이 험한 길을 가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죠. 제 좌우명이 ‘남들과 다르게 살자’입니다. 똑같이 살면 재미없잖아요. 수도병원 내에 중증외상센터도 만들고, 민간 명의도 많이 영입해 국내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키워볼 작정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아 군에 가지 않아도 될 외아들을 ‘청탁’까지 해 강원도 최전방에서 복무케 했다는 이 원장. 취임 기념록에 썼다는 글귀로 병원 운영의 포부를 대신했다. “‘미국의 국방력은 이곳에서 나온다’ 미국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월터리드의료센터에 써 있는 글귀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수도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