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스키점프, 다섯번째 아름다운 도전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해진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이 다섯 번째 올림픽 도전을 시작했다. 837만명을 불러모은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최흥철(33) 김현기(31·사진) 최서우(32·최용직에서 개명) 강칠구(30·이상 하이원)가 모두 모인 것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네 명 가운데 김현기, 최서우, 최흥철은 8일 러스키 고르키 점핑센터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첫 경기인 남자 노멀힐(K-95) 예선에서 각각 공동 16위(114.4점), 공동 18위(113.7점), 34위(105.9점)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아쉽게도 강칠구는 42위(99.3점)에 그쳐 결선에 나가지 못했다.

1993년 처음 창단된 스키점프 대표팀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며 올림픽 도전을 시작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다섯 번째 출전이다. 제대로 된 스키점프대 하나 없이 연간 훈련수당 360만원의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꿋꿋하게 훈련을 이어왔다.

나가노에서는 출전 선수 모두 30위권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1년 폴란드 자코파네 U대회에서 최흥철은 사상 최초로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단체전 은메달도 수확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는 최흥철, 김현기, 최서우, 강칠구가 팀을 이뤄 13개국 중 8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국가대표 5명뿐인 한국이 유럽 팀을 제친 기적이었다. 이 기록은 지금도 한국의 설상 종목 역대 최고 성적으로 남아 있다. 이후에도 U대회와 아시안게임 등 아시아권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이 이어졌다.

2009년 영화 개봉 이후 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선수들에게 소속팀이 생겼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 스키점프대도 완공됐다.

국가대표 4명은 소치에서 다시 기적에 도전하고 있다. 2012년 지휘봉을 잡은 볼프강 하트만 스웨덴 전 대표팀 감독의 조련으로 선진 기술을 익혔다. 하트만 감독은 선수마다 맞춤형 자세를 조언하며 잘못된 버릇을 하나씩 수정했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단체전이다. 2010년 밴쿠버 때 3명만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단체전에 나가지 못했던 대표팀은 8년 만에 나가는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이전 최고 성적인 8위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