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업체 外資 '풍년'
지문인식 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크루셜텍, 슈프리마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에 외국 자본이 밀려들고 있다. 출입문, 금고 등에 제한적으로 쓰였던 기술이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로 확대되는 추세다.

사모펀드(PEF)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는 지난달 크루셜텍의 전환사채(CB) 21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계 자금 약 3000억원을 운용 중인 해외 PEF다. 임정강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는 “애플이 지문인식 기술이 있는 어센텍을 거액에 인수한 것은 회사의 확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스트가 크루셜텍에 투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2012년 지문인식 업체 어센텍을 3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뒤 지난해 아이폰5S에 지문 잠금장치를 도입했다. 국내 스마트폰 기업 중에는 팬택이 처음 지문인식을 도입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올해 나오는 신규 모델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셜텍은 블랙베리 스마트폰에 적용된 모바일 입력장치 ‘옵티컬트랙패드(OTP)’를 개발한 회사로, 지문인식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팬택 지문인식 장치에도 크루셜텍 제품이 쓰이고 있다.

임 대표는 “크루셜텍의 강점은 기술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당장은 실적이 나오지 않겠지만 앞으로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슈프리마는 해외 대형 투자사들이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했다. 자산총액이 8340억달러(약 875조원)에 달하는 미국 웰링턴매니지먼트는 지난달 21일 슈프리마 주식 76만2330주(지분율 5.18%)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슈프리마는 세계지문인식대회(FVC)에서 세 차례 1위에 오르는 등 관련 분야의 ‘히든챔피언’(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강소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2012년엔 홍콩계 AV콘셉트홀딩스가 지문인식 센서·알고리즘 원천기술을 보유한 코스닥 기업 인테그레이티드에너지(옛 니트젠앤컴퍼니)를 인수하기도 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문인식 기술이 이제 막 확산되는 초기 단계여서 신뢰성만 검증된다면 시장을 크게 확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