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1년 내내 할인 행사를 할 거면서 차 값은 왜 안내리죠? 할인된 가격이 아니면 차가 안팔리는 상황에서 특별한 혜택인 것처럼 생색내기 아닌가요."

지난해 하반기 200만 원의 현금 할인을 받고 혼다 어코드 3.5를 구매한 김모 씨는 '수입차 가격'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이 반복적인 가격 할인에 나서면서 수입차의 정가에 의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연중 할인으로 '제값'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생색내기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닷컴칼럼] 수입차 정가 주고 사도 되나 … 수입차는 365일 할인중
일년 내내 할인 깃발을 내건 수입차 업체는 혼다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매달 가격 인하를 실시해왔다. 간판 모델인 중형 세단 어코드부터 시빅, 크로스투어 등을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최대 500만 원의 현금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할인 명분은 다양하다. 한국 진출 10주년 기념, 새해 맞이, 여름 휴가철 맞이 등 매달 다른 포장으로 할인 행사를 알린다.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인 피아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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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부터 올 초까지 친퀘첸토(피아트 500) 모델을 대상으로 최대 500만 원을 깎아줬다.

피아트가 2013년 2월 친퀘첸토를 2690만~3300만원에 내놨을 때부터 브랜드와 소형 모델의 특성에 맞지 않는 가격 책정이란 지적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회사 측이 할인 이벤트로 소비자 불만을 무마시킨 꼴이 됐다.

회사 측은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어차피 할인해 팔거면 아예 차값을 내리면 될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 제값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할인 이벤트는 사실상 '보여주기용' 이벤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큰 할인 폭에 혹해서 차를 구입했는데 할인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 알았으면 좀 더 신중하게 고민했을 것" 이라며 "차를 살 당시 혜택을 받는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트 전 모델의 가격을 할인하기로 결정한 크라이슬러코리아에 대한 눈초리가 따가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난 3일 피아트 브랜드의 전 차종을 대상으로 170만~500만 원 규모의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지난 7개월 간 이어오던 할인 혜택이 가격 인하로 이름을 바꿨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피아트 브랜드의 론칭을 준비할 당시와 지금의 시장 상황은 다르다" 며 "BMW 미니쿠퍼, 폭스바겐 폴로 등 저가 모델이 다양해진 현 상황을 반영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패한 가격 책정을 뒤늦게 인정한 조치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소비자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가격으로 할인 없이 판매량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자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한 독일수입차 관계자는 "장기간 할인으로 제값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판매량을 유지하지 위한 궁색한 조치" 라며 "수입차의 가격 책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