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성장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는다. 먼저 죽음의 계곡부터 건너야 한다. 창업 기업이 초기에 어렵게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시장적응 과정에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하지만 몇 안 되는 기업이 그 계곡을 간신히 건너 시장에 진출하고 다행히 순조로운 영업활동을 벌이다가도 한순간의 판단 잘못이나 불가측한 경영변수에 걸려 부도위기를 맞고 결국 법원에 손을 벌리게 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그들은 있는 재산을 다 내놓고 인력을 줄이고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해가면서 ‘지옥길’을 걷는 심정으로 피눈물 나는 재기의 몸부림을 친다.
한국기업회생협회 설립을 주도하는 건설장비 전문제조업체 코막중공업의 조붕구 대표도 그런 경우다. 2008년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 사태를 당해 천신만고를 겪었고 작년에야 법정관리를 졸업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코막중공업은 키코 사태 전까지만 해도 연 매출신장률 50%를 기록하고 수출액이 2000만달러를 넘었던 강소기업이었다. 코막중공업처럼 법정관리를 벗어난 기업은 다행이지만 미궁에 빠지거나 M&A(인수합병)에 관한 정보부족 등으로 영원히 사라질 위기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회생협회는 이런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컨설팅 회계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를 협회 자문단으로 참여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마저 초긴장할 정도로 기업환경은 살얼음판이다. 중소·중견기업의 현실은 오죽하겠는가. 지옥에서의 경험을 나눠보겠다는 기업가들의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창업보다 어려운 게 수성이고 수성보다 힘든 게 나락으로 떨어진 후 다시 일어서는 일이라고 한다. 지옥까지 다녀온 기업가들의 힘찬 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