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에 달하는 텔레마케터들에겐 더없이 우울한 설 연휴가 지났다. 텔레마케팅(TM) 영업이 3월까지 금지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될 처지인 이들은 떡국조차 즐겁게 먹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는 항변에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보완책이란 게 금융회사의 해고 단속이라니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다. 두 달간 휴가·교육을 보내라는 주문도 실적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TM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 오는 6일 금감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겠다는 텔레마케터들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텔레마케터 고용위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금융당국에 있다. 불법 정보유통과 2차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전화영업을 틀어막은 결과다. 교통사고 났으니 자동차를 금지하는 꼴이란 비유가 딱 들어맞는다. 금융권의 TM은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방문판매법 등의 적용을 받는 합법적 영업이다. 그럼에도 일괄 금지시켰으니 나중에 조치가 풀려도 정상적인 TM영업이 가능할지 걱정된다.

금융당국의 헛발질 규제가 당장 텔레마케터들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신규 채용 중지는 물론 보험대리점이나 외주 콜센터에선 해고·해촉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텔레마케터의 거의 대다수가 여성이고, TM 일로 생계를 꾸리는 여성가장도 적지 않다. 월소득 200만원 미만이 전체의 83.8%에 달해 전형적인 서민직종이면서도 늘 상냥하게 고객을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다. 그런 텔레마케터가 이젠 법적 근거도 희박한 관치금융 탓에 일자리마저 위태로워진 것이다.

텔레마케터는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어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의 대표적인 재취업 창구다. 이들의 눈물을 방치할 경우 고용률 70% 달성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2차 유출이나 2차 피해가 없다면서 무턱대고 막는 것이 능사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단의 대책이 특단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문제는 사태의 파장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