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TPP 협상 타결에 필요한 ‘신속협상권(TPA)’ 법안의 부활을 반대한다며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의 의사 일정을 리드 원내대표가 쥐고 있음을 전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자유무역협상, 즉 TPP와 미·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큰 걸림돌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TPA는 행정부가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의회는 가부만 투표하고 협상 내용(법안)을 수정할 수 없도록 한 게 골자다. 일명 ‘패스트트랙’으로 불린다. 한·미 FTA 협상 당시에 적용됐으나 2007년 6월 말 시한이 만료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TPP 등을 위해 패스트트랙 법안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은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으로 노조 지지 기반이 강한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자유무역이 제조업 등 국내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반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아시아·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을 강조하며 의회에 협조를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리드 원내대표가 오바마를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상원이 끝내 패스트트랙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선택은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11월 중간선거 이후 ‘새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주길 기다리거나, 아니면 패스트트랙 없이 TPP 협상을 먼저 타결짓는 방안이다. 하지만 일본 호주 칠레 등 미국과 TPP 협상을 벌이고 있는 11개국은 패스트트랙 법안 없이는 TPP 협상을 타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감한 분야인 농산물 시장 개방 조항 등이 미국 의회에서 바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작년 11월 TPP 협상 참여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 중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TPP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협상 타결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