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銀 총재의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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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융안정 지휘하는 한은 수장
거시경제 흐름 읽어 선제 대응하고
시장과 소통하는 능력도 겸비해야"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 joh@keri.org >
거시경제 흐름 읽어 선제 대응하고
시장과 소통하는 능력도 겸비해야"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 joh@keri.org >
3월 말로 다가온 한국은행 총재 임기만료를 앞두고 후임 하마평이 무성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위상은 비약적으로 신장됐다. 많은 선진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100%를 넘나들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 자연히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의 중요성이 커져 중앙은행 위상이 높아졌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실 금융회사 구제가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돼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도 재조명받게 됐다. 구제금융을 적시에 적절하게 공급하려면 금융회사 사정을 미리 알아야 하므로 중앙은행의 금융감독권도 강화됐다. 영국에서는 분리 독립됐던 금융감독청을 잉글랜드은행으로 귀속시키고, 미국 중앙은행(Fed) 감독기능도 강화됐다. 한국은행 목적에도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한은 총재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동향과 전망, 특히 거시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통화 환율정책은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므로 앞으로 거시경제에 대한 예측능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그린스펀이 현장밀착 경제전망을 위해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 헤드라이트 판매동향을 직접 알아보았다거나 상무부 국민소득과장과 통화를 자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둘째,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환율정책도 위임받아 운영하는 기관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통화 환율정책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여야 한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금리 0.25%포인트 조정이 성장 고용 물가 환율 자산가격 등 국민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오랜 연구와 분석경험을 토대로 체감하고 있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Fed 의장 버냉키는 전대미문의 양적완화(QE)라는 수단을 내세웠다. 만약 버냉키가 통화정책의 대가가 아니었다면 수많은 비판으로 정책수행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공황 확산 원인이 신용경색이라는 그의 논문은 대학원 과정에 필수적인 고전일 정도로 신용중시 경제학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에 학계는 물론 미 의회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비판 없이 수용했고 미국 경제는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다. 그만큼 말로만 빅네임이 아닌 실질적인 통화 환율정책의 최고 전문가가 총재가 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통화 환율정책은 매파와 비둘기파, 고환율론과 저환율론 등 관점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 경제 여건에서 어떤 관점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한지도 고려돼야 한다.
셋째, 앞으로 3~4년은 미국에 이어 유로존과 일본의 출구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임 총재 재임 중 신흥시장국 외화유동성이 불안정해지면서 잘못하면 1997년, 2008년 같은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수만㎞ 밖에서 지진이 오고 있는 것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처럼 다가올 국제금융불안이 위기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전망하고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부실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능력과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물론 이런 정책 수립과 집행을 총재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스태프들이 뒷받침해 주고 의사결정을 같이 하는 금융통화위원도 있다. 그러나 총재의 판단과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국회 청문회는 사소한 비리폭로보다는 이런 정책능력 검증의 장이 돼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진실로 중요한 분수령에 있다. 거시경제 이해력, 통화 환율정책 수행능력, 위기대응 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신임총재가 한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 joh@keri.org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위상은 비약적으로 신장됐다. 많은 선진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100%를 넘나들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 자연히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의 중요성이 커져 중앙은행 위상이 높아졌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실 금융회사 구제가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돼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도 재조명받게 됐다. 구제금융을 적시에 적절하게 공급하려면 금융회사 사정을 미리 알아야 하므로 중앙은행의 금융감독권도 강화됐다. 영국에서는 분리 독립됐던 금융감독청을 잉글랜드은행으로 귀속시키고, 미국 중앙은행(Fed) 감독기능도 강화됐다. 한국은행 목적에도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한은 총재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동향과 전망, 특히 거시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통화 환율정책은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므로 앞으로 거시경제에 대한 예측능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그린스펀이 현장밀착 경제전망을 위해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 헤드라이트 판매동향을 직접 알아보았다거나 상무부 국민소득과장과 통화를 자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둘째,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환율정책도 위임받아 운영하는 기관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통화 환율정책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여야 한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금리 0.25%포인트 조정이 성장 고용 물가 환율 자산가격 등 국민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오랜 연구와 분석경험을 토대로 체감하고 있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Fed 의장 버냉키는 전대미문의 양적완화(QE)라는 수단을 내세웠다. 만약 버냉키가 통화정책의 대가가 아니었다면 수많은 비판으로 정책수행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대공황 확산 원인이 신용경색이라는 그의 논문은 대학원 과정에 필수적인 고전일 정도로 신용중시 경제학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에 학계는 물론 미 의회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비판 없이 수용했고 미국 경제는 가장 빨리 회복되고 있다. 그만큼 말로만 빅네임이 아닌 실질적인 통화 환율정책의 최고 전문가가 총재가 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통화 환율정책은 매파와 비둘기파, 고환율론과 저환율론 등 관점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 경제 여건에서 어떤 관점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한지도 고려돼야 한다.
셋째, 앞으로 3~4년은 미국에 이어 유로존과 일본의 출구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임 총재 재임 중 신흥시장국 외화유동성이 불안정해지면서 잘못하면 1997년, 2008년 같은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수만㎞ 밖에서 지진이 오고 있는 것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처럼 다가올 국제금융불안이 위기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전망하고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부실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능력과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물론 이런 정책 수립과 집행을 총재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스태프들이 뒷받침해 주고 의사결정을 같이 하는 금융통화위원도 있다. 그러나 총재의 판단과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국회 청문회는 사소한 비리폭로보다는 이런 정책능력 검증의 장이 돼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진실로 중요한 분수령에 있다. 거시경제 이해력, 통화 환율정책 수행능력, 위기대응 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신임총재가 한국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 joh@k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