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힘이 연초부터 부쩍 크게 느껴진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5대 직책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미국 대통령과 중앙은행(Fed) 총재, 독일 총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말한다. 벌써 IMF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독일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이 차지한데 이어 2월부터는 Fed 마저 재닛 앨런이 맡게 돼 ‘여성 삼두(三頭) 시대’가 열린다.





변수가 많지만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 본다면 차기 미국 대통령까지 힐러리 클린턴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힐러리 클린턴과 메르켈 구도 하에 경제적으로 앨런과의 협조가 잘 이뤄질려면 포스트 드라기는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바야흐로 국제금융시장은 `여성화(womanization)` 시대를 맞게 되는 셈이다.





당장 2월부터 국제금융시장은 정책면에서 라가르도와 앨런에 의해 주도된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그 중 중앙은행 목표는 정책여건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고 일률적으로 주장해 왔다. 최근처럼 물가가 추세적으로 안정된 여건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 고용 등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2년전부터 Fed는 종전의 `물가목표(inflation targeting)`과 함께 `고용목표(employment targeting)`를 양대 책무로 설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오고 있다. Fed 창립 100년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특히 앨런은 차기 의장으로 확정되는 미국 상원에서 후자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앨런의 이런 시각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던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다. 이 준칙은 Fed의 양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두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특히 고용목표 달성에 도움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앨런 룰’이라고도 불리는 이 주장은 어떤 경우든 물가 목표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다른 준칙과는 대조적이다. 통화론자들은 정책금리 등을 변경할 때 ‘통화 준칙(monetary rule)’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를 테면 한국은행의 목표 상한선이 3.5%일 때 이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려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준칙의 핵심이다.





하지만 물가 이외의 다른 목표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정책금리는 변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정책금리 결정방식이다. 통화론자 입장에서 보면 ‘악마 중의 악마와의 키스’인 셈이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조차도 ‘법치(法治)’보다 ‘인치(人治)’에 의한 기준금리 결정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앨런이 Fed 총재로 정식으로 취임한 이후 ‘최적통제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제로’ 금리는 최소한 2015년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가 정상화된 뒤에도 종전의 ‘테일러 준칙’과 ‘수정된 테일러 준칙’보다 더 오랫동안 제로 금리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도 여성들의 움직임도 부쩍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시장에서 예상되는 많은 변화 가운데 주요국 정책 간 불일치(mis-match)에 따른 캐리자금의 향방이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캐리자금이 유입되는 국가는 주가, 시장금리, 자국 통화값, 심지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만 유출국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캐리 트레이드란 증권 브로커가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차입한 통화에 따라 엔 캐리, 달러 캐리, 유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으로 구분된다. 운용하는 주체도 엔 캐리의 경우 ‘와다나베 부인’, 달러 캐리의 경우 ‘스미스 부인’, 유로 캐리의 경우 ‘소피아 부인’으로 차입국의 가장 흔한 성(姓)을 따서 부른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통화완화정책을 추진하면서 모두가 저금리를 지향해 각국 간 금리차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각국 간 금리차, 환율, 주가 등을 변수로 구성된 ‘구조적 벡터자기회귀(SVAR) 모형으로 캐리자금의 요인별 기여도를 추정해 보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환율이 가장 큰 결정요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마지막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규모축소) 계획이 확정됐다. 이럼에 따라 매달 850억 달러의 국채와 모기지증권(MBS) 매입규모가 올해 1월부터 750억 달러로 줄어든다. 마침내 출구전략이 시작되는 셈이다.





지금까지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약 3조 2천억 달러(1달러=1060원, 330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증시를 비롯한 각 분야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Fed 회의 끝난 이후 몇 일간 움직임을 보고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우리 두 경제정책 수장의 판단에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구전략 첫 단추가 테이퍼링인 만큼 미국의 시장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말 밴 버냉키 현 Fed 총재가 출구전략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미국의 시장금리는 일제히 올랐다. 기준금리를 올리기 이전이라도 출구전략만 시작되면 대표금리인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명목성장률 수준(현재 4% 내외)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간 자금흐름이 각국 간 금리차에 의한 캐리자금의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와다나베 부인들은 미국으로 향하면서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 출구전략이 처음 언급된 이후 신흥국 환율은 급등했다. 출구전략 추진만으로는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규모 경상수지흑자 등 하락요인도 만만치 않아 그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달러화를 제외한 이종통화 환율은 사정이 다르다. Fed가 테이퍼링을 발표한 시점에서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오히려 추가 양적완화 계획을 밝혀 엔화, 유로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의외로 크게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과 일본 간 시장금리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상반기가 우려된다.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그렇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를 토대로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점검하면 ‘고위기 위험국’으로 외환보유고가 적고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필리핀, 태국 등이 속한다. 반면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건전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한국, 중국, 대만 등은 ’저위기 위험국’이다.





남은 신흥국들은 ‘중위기 위험국’으로 분류된다. 외환보유고는 적정수준 이상 쌓아 놓고 있지만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중남미, 중동, 선발 동남아 국가들이 해당된다. 재정환율 성격상 분자인 원?달러 환율보다 분모인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환율이 더 오른다면 원화 가치는 절상된다.







특히 미일간 금리차가 가장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상반기에 와다나베 부인의 활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엔캐리 자금을 미국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이 현 수준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증시에서는 ‘엔캐리 자금의 우회 충격(detour shock)’이 발생해 연초부터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여성화의 힘이 초기에는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이 줄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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