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앞서 전지훈련을 치르는 네덜란드 헤렌벤은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 이승훈(26·이상 대한항공) 등 간판스타들이 '금빛 기억'을 되살리기에 최적의 장소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행진을 벌여 '빙속 삼총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세 선수는 모두 헤렌벤에서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든 바 있다.

이상화는 25일 인천공항에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헤렌벤에서 훈련하다가 소치로 이동했다"면서 "좋은 기억을 안고 소치로 가면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상화는 3월 8∼10일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을 치른 뒤 같은 달 21∼2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헤렌벤에서 여자 500m 1차 레이스 3위, 2차 레이스 1위에 오른 이상화는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시리즈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분 좋게 소치로 떠난 이상화는 종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압도적인 레이스로 여자 500m 2연패를 달성했다.

이 역시 한국 여자 선수 중 최초다.

이번에도 헤렌벤에서 기량을 다듬은 뒤 소치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똑같은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다.

모태범도 헤렌벤과는 즐거운 인연이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2009년 11월 15일, 모태범은 헤렌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1,0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무명 선수이던 모태범이 월드컵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이날의 메달을 기폭제 삼아 급격히 페이스를 끌어올린 모태범은 밴쿠버에서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따내며 일약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로 올라섰다.

모태범은 2012년에도 헤렌벤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m 우승을 차지했다.

모태범의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었다.

헤렌벤에서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선 모태범은 2013년에는 소치에서 열린 같은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올라 한국 남자 선수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헤렌벤에서 소치로 이어지는 인연이 모태범과도 닿아 있는 셈이다.

모태범은 출국 인터뷰에서 "헤렌벤은 기억이 좋은 스케이트장"이라며 "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웃었다.

이달 22일 쇼트트랙 대표팀과 함께 먼저 전지훈련을 떠난 이승훈에게도 헤렌벤은 잊을 수 없는 곳이다.

2009년 쇼트트랙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이승훈은 그해 11월 14일 헤렌벤 월드컵에서 디비전A(1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이승훈은 6분25초03을 기록, 기존 한국기록(6분28초49)를 4년 만에 무려 3분46초나 앞당기며 8위에 올랐다.

불모지라고만 치부되던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한 이승훈이라는 이름 석 자를 처음 알린 사건이었다.

이후 무섭게 가속도를 붙인 이승훈은 이어진 월드컵 시리즈에서 계속 신기록 행진을 벌인 끝에 밴쿠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0,000m 금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이뤘다.

프랑스 퐁트 로뮤에서 기량을 가다듬고 있는 이승훈은 29일 헤렌벤으로 이동, 대표팀과 합류해 '신기록의 기억'을 되살릴 참이다.

(영종도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