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경 보도에 따르면 고려대병원(고려대의료원)이 지난해 안암·구로·안산 등 3개 병원에서 매출 7000억원 안팎, 순이익 110억원을 올려 1941년 개원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장례식장과 구내식당 등 부대사업을 뺀 진료 부문만의 실적으로, 다른 대학병원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돋보이는 성과다.

고려대병원이 확 달라진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의료 낙후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구로, 안산에 거점을 확보해 인지도를 꾸준히 높여왔고,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외국인 환자를 집중 유치한 때문이다. 그런 노력으로 안암병원의 외국인환자가 2012년 5060명에서 작년에 배 가까운 9622명으로 늘었으니 병원이 확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외부에서 연구개발비로 수주한 실적이 경쟁 병원보다 1~2%포인트 높은 매출액의 8% 정도에 달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은 진료 못지않게 연구와 교육이 중요한 기능인데 그 부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고려대병원의 사례가 의사들이 호소하고 있는 낮은 의료수가 문제를 결코 합리화할 수는 없다. 의료수가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나 의료의 질적 수준 등을 고려해 그 자체로 풀어가야 할 이슈다. 실제로 건강보험 재정흑자는 병원과 의사, 제약사를 쥐어짜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다. 다만 정부가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후 의사들과 충돌을 빚고 있는 시점인 만큼 고려대병원의 경영혁신 사례에 더욱 주목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려는 것은 병원이 조금이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병원 경영이 호전되면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그 혜택은 결국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의사협회는 영리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며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으니 과연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규제산업인 의료를 이제는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