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새누리 >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심각한 새누리 >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백지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공약 파기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당내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날 당론 채택에 실패한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공약 파기에 따른 부담 때문에 공천 폐지 여부를 정개특위로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의총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를 당론으로 공식화하기 위한 자리였다. 앞서 당 지도부와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이 공약의 위헌 가능성과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천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의총에서 “2003년 헌법재판소가 ‘정당표방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했는데, 이 판결에 의거하면 기초의원만 공천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위헌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 지도부는 이와 함께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난립하고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의 정치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부작용도 제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대선 때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고자 하는 차원에서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폐지한다면 후보 난립 등의 수많은 문제점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 지도부 방침에 반대하는 날선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백지화가 오히려 6·4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친이(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국민과 함께한다는 정치를 말로만 하지 말고 공약한 대로 기초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낭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불신을 해소하는 역할은 여당에 있다”고 했다. 김용태, 신성범, 김동완 의원 등도 “지방분권 흐름에 맞추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를 주장한 의원들도 만약 공천 폐지 공약을 백지화하면 어떤 식으로든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이 문제를 이달 말로 활동 시한이 끝나는 정개특위에 맡기기로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정개특위의 활동 기간을 다음달까지 연장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임시국회와 맞물려 여야 간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당 지도부가 공천 폐지의 대안으로 내놓은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제) 적용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민주당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결국 자기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물귀신 작전이고, 후안무치이며, 비겁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정당공천을 유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