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코스피가 1,970선 밑을 맴돌자 펀드매니저들이 싼값에 주식 쓸어담기에 나섰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동양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은 작년 12월 말(26일) 94.5%에서 지난 21일 95.5%까지 높아졌다.

한 달도 안 돼 주식 편입비중이 1.0%포인트나 높아져 지난해 10월 18일 기록한 직전 고점 95.7%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주식 편입이 높아진 것은 연초 주가 하락으로 주식 평가액이 줄어들자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주식 편입비중을 늘리는 것은 주가 하락으로 가격 이점이 생긴데다 앞으로 증시가 오를 것이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통 펀드매니저들은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 같으면 주식 편입비중을 줄이고,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비중을 늘려 펀드 수익률을 관리한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싸더라도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주식 편입비중을 줄이는 게 (펀드) 성과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라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장을 낙관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주식 비중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코스피의 추가 하락을 막아준 것은 투신권(자산운용사)이다.

투신권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단 이틀(지난 8일과 20일)을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걸쳐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수했다.

평균 순매수 규모는 280억원 수준이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투신권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상위 5개는 신한지주(489억원), OCI(463억원), KT(430억원), LG전자(418억원), LG디스플레이(401억원) 등이다.

대신 투신권은 SK텔레콤(653억원), SK하이닉스(623억원), NAVER(462억원), LG화학(395억원), 제일모직(324억원) 등을 팔아치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주식 편입 비중이 95%를 넘어선 만큼 투신권의 주식 매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은 펀드를 운용할 때 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3∼5%를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으로 채운다.

앞으로 투신권의 주식 추가 매수 여부는 앞으로 주식형 펀드로 어느 정도의 자금이 유입되느냐에 달렸다.

다행히 이달에도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하고 있지만, 규모는 지난달보다 줄어든 상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0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로 순유입한 자금은 모두 4천488억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의 5천181억원보다 적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