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기획실장 "무용·재즈·인디밴드 등 비주류 예술지원 역점"
이선아 무용가 "예술가 패키지 지원 프로그램 외국인들 무척 부러워하죠"
LIG문화재단은 현대무용, 재즈와 뉴뮤직, 사운드 아트, 다원예술과 비정형 예술 등 이른바 비주류 예술 장르를 지원한다. 지금 인기 있는 예술보다는 미래를 이끌어갈 예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이 재단을 설립한 구자훈 이사장(전 LIG손해보험 회장)의 생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9월 구 이사장을 국립현대무용단 이사장에 임명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우연 LIG문화재단 기획실장(오른쪽)과 현대무용가 이선아 씨가 LIG아트홀에서 만나 얘기하며 웃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1998년부터 펼쳐 온 LG화재의 메세나 활동을 확대 계승한 이 재단은 서울 역삼동과 합정동, 부산 범일동에 LIG아트홀을 운영하면서 작업공간을 제공하는 등 소외 장르 예술인들을 장기적으로 후원한다.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영아티스트클럽(YAC·야크) 같은 젊은 안무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들이 국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우연 LIG문화재단 기획실장과 현대무용가 이선아 씨가 최근 합정동의 LIG아트홀에서 만났다. 우 실장은 서울세계무용축제 기획실장,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LIG문화재단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전문사(석사) 과정을 마친 이씨는 2007년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 대상을 탄 뒤 세계 무용계의 잇단 러브콜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퍼포밍 드림’ ‘저 밖으로’ ‘파동’ ‘터치’ 등이 있다.
▷우연 기획실장=LIG문화재단과 7년째 인연을 맺고 계시죠.
▷이선아 씨=공연을 하러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에 갈 기회가 많아요. 거기서 만나는 외국 무용수에게 LIG문화재단의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들 굉장히 부러워합니다. LIG문화재단의 독특한 점은 예술가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는 거예요. 부산 LIG아트홀에는 공연장과 예술가가 상주할 수 있는 주거공간 연습실,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무실이 모두 한 층에 있어요. 소품 관련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옆 사무실로 달려가 스태프에게 작업에 필요한 천을 사달라고 말할 수도 있지요. 이런 원스톱 지원은 외국에서도 그 예를 찾기 어려울 거예요.
▷우 실장=LIG문화재단이 갖고 있는 공연예술 인프라를 활용해 지원한 것입니다. 서울과 부산에 극장이 3개 있거든요. 다른 문화재단이 갖고 있는 극장과 달리 150석 규모의 소극장입니다. 현대무용, 재즈, 인디밴드 예술가에게 적합한 무대죠. 부산과 서울 강남·강북을 오가며 공연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고요. 또 LIG아트홀에서는 공연 리허설을 1주일 이상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이 익숙해질 때까지 조명과 음악을 맞춰 볼 수 있지요. 저희 재단은 재정적인 지원도 하지만 근본적으론 공연예술 인프라를 이용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씨=저는 2007년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 대상을 받고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국내에서 활동하려니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기회를 준 게 LIG문화재단이었어요. 젊은 안무가를 지원하는 ‘야크’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지원해 보라고 연락이 왔죠. 덕분에 1년간 작품을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도 만날 수 있어서 활동 외연을 넓힐 수 있었죠. LIG문화재단이 없었다면 현대무용가로서 활동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우 실장=지금 당장은 관객층이 적지만 미래에 주목받을 예술에 지원하자는 게 LIG문화재단의 모토예요. 사실 예술 투자는 리스크가 큰 일입니다. 실제로 투자를 해 봐야 그 장르가 발전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발전 가능성이 큰 예술 장르의 젊은 작가들에게 지원해보자는 거죠. LIG손해보험이 보험회사잖아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보험을 드는 것처럼 각 예술장르의 미래가 어떻든 LIG가 동행하자는 자세로 지원합니다. 선아씨는 안무가로서 LIG문화재단과 인연을 맺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이씨=2008년에 ‘저 밖으로’를 LIG아트홀에서 공연했어요. 공연을 보신 구 이사장님이 “선아씨,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볼 때 이런 식으로 해봐요. 그리고 화장은 더 진하게 하는 게 좋겠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정말 신선했죠. 그만큼 LIG는 이사장님은 물론 모든 스태프가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이라는 게 느껴졌죠. LIG가 저를 평생 지원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저를 지켜봐 줄 거라는 믿음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