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 친구로 산다는 것, 힘들지만 행복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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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 이끄는 가수 박학기 씨
세상뜬지 18년 '김광석 열풍' 왜?
"광석이 노래는 액자 아닌 거울…삶의 길목길목마다 마주하게 돼"
가수 박학기냐, 김광석 친구냐
"친구로서 책임감 컸지만 뿌듯…나도 나만의 인터뷰하고 싶어"
세상뜬지 18년 '김광석 열풍' 왜?
"광석이 노래는 액자 아닌 거울…삶의 길목길목마다 마주하게 돼"
가수 박학기냐, 김광석 친구냐
"친구로서 책임감 컸지만 뿌듯…나도 나만의 인터뷰하고 싶어"
“그 친구 이름이 김광석이잖아요. ‘ㄱ’이 둘이라 휴대폰 연락처를 열면 거의 맨앞에 있었어요. 1996년 광석이가 가고 한동안 휴대폰도 잘 안 만졌습니다. 한 3년은 그놈 사진도 안 봤어요. 전화번호는 6~7년 있다가 지웠죠. 보고는 싶은데 보기가 겁나는, 그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나요?”
바야흐로 ‘김광석 열풍’이다.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으로 노래하다 1996년 32세에 요절한 가수, 18년이 지난 2014년 그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2010년부터 시작된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이 내달 8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고, 두 편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가 공연 중이며 공중파·종편 할 것 없이 방송에서도 그를 재조명하고 있다. 김광석의 고향 대구 방천시장에 ‘김광석길’이 생겼고, 지난해 말에는 에세이집 ‘미처 다하지 못한’도 출간됐다.
‘삶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사후에도 그의 노래가 많이 불렸지만, 유독 올해 ‘열풍’이 부는 이유가 뭘까.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어릴적 동네 친구이자 5년째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을 이끌고 있는 가수 박학기 씨(51·사진)를 지난 16일 서울 합정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글쎄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김광석 노래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보면 길목 길목마다 마주하게 되는 그런 노래잖아요. 그 친구의 노래는 요즘 노래들처럼 보기 좋은 ‘그림액자’가 아니라 내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주목받는 이유요? 굳이 찾는다면 5년 전부터 동료, 후배들이 추모 공연을 해온 게 도움되지 않았을까요.”
1996년 김광석의 49재 이후 해마다 기일(1월6일)이면 가수 유리상자, 동물원, 한동준 씨 등과 함께 김광석이 1000회 넘게 공연했던 서울 동숭동 학전소극장에 모여 ‘추모제’를 지냈던 박씨. 2010년 배성혁 성우예술기획 대표의 요청으로 대구에서 기념공연을 한 것이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다시 부르기’ 공연의 시작이었다.
1989년 1집 ‘이미 그댄’ 히트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세상’ ‘비타민’에 이어 지난해 6월 미니앨범 ‘서정’을 낸 인기 발라드 가수 박씨. 하지만 김광석이 세상을 뜬 이후 그는 ‘가수 박학기’보다는 ‘김광석 친구 박학기’로 살아왔다.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도 ‘박학기’가 아닌 ‘김광석 친구’로 찾았다.
“좋을 리가 없죠. 저도 저만의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광석이를 그렇게 떠나보낸 것에 대한 책임감이랄까요. 그놈이 유명을 달리하기 세 시간 전, 술 한잔 하자는데 연습이 있어 끝나고 만나자 했었거든요. 후~ 벌써 18년, 참 힘들게 끌고왔습니다. 광석이가 그리운 것과는 별개로 문득문득 속상하기도 하고, 간혹 색안경을 낀 시선이 불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행복합니다. 많은 후배 동료가수들이 동참해 이제는 축제로 자리잡았잖아요. 하나 바람이 있다면, 광석이 노래같이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방송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바야흐로 ‘김광석 열풍’이다.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으로 노래하다 1996년 32세에 요절한 가수, 18년이 지난 2014년 그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2010년부터 시작된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이 내달 8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고, 두 편의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가 공연 중이며 공중파·종편 할 것 없이 방송에서도 그를 재조명하고 있다. 김광석의 고향 대구 방천시장에 ‘김광석길’이 생겼고, 지난해 말에는 에세이집 ‘미처 다하지 못한’도 출간됐다.
‘삶을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사후에도 그의 노래가 많이 불렸지만, 유독 올해 ‘열풍’이 부는 이유가 뭘까.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어릴적 동네 친구이자 5년째 ‘김광석 다시 부르기’ 공연을 이끌고 있는 가수 박학기 씨(51·사진)를 지난 16일 서울 합정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글쎄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김광석 노래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보면 길목 길목마다 마주하게 되는 그런 노래잖아요. 그 친구의 노래는 요즘 노래들처럼 보기 좋은 ‘그림액자’가 아니라 내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주목받는 이유요? 굳이 찾는다면 5년 전부터 동료, 후배들이 추모 공연을 해온 게 도움되지 않았을까요.”
1996년 김광석의 49재 이후 해마다 기일(1월6일)이면 가수 유리상자, 동물원, 한동준 씨 등과 함께 김광석이 1000회 넘게 공연했던 서울 동숭동 학전소극장에 모여 ‘추모제’를 지냈던 박씨. 2010년 배성혁 성우예술기획 대표의 요청으로 대구에서 기념공연을 한 것이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다시 부르기’ 공연의 시작이었다.
1989년 1집 ‘이미 그댄’ 히트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세상’ ‘비타민’에 이어 지난해 6월 미니앨범 ‘서정’을 낸 인기 발라드 가수 박씨. 하지만 김광석이 세상을 뜬 이후 그는 ‘가수 박학기’보다는 ‘김광석 친구 박학기’로 살아왔다.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도 ‘박학기’가 아닌 ‘김광석 친구’로 찾았다.
“좋을 리가 없죠. 저도 저만의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광석이를 그렇게 떠나보낸 것에 대한 책임감이랄까요. 그놈이 유명을 달리하기 세 시간 전, 술 한잔 하자는데 연습이 있어 끝나고 만나자 했었거든요. 후~ 벌써 18년, 참 힘들게 끌고왔습니다. 광석이가 그리운 것과는 별개로 문득문득 속상하기도 하고, 간혹 색안경을 낀 시선이 불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행복합니다. 많은 후배 동료가수들이 동참해 이제는 축제로 자리잡았잖아요. 하나 바람이 있다면, 광석이 노래같이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방송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