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 씨의 ‘THING’.
이정진 씨의 ‘THING’.
멀리서 보면 그림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진 같은 아리송한 작품들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다. 작가에게 정체를 묻자 뜻밖에도 “사진이면 어떻고 그림이면 어떠냐”고 반문한다. 서울 소공로 신세계갤러리에서 다음달 16일까지 열리는 사진작가 이정진 씨의 개인전 ‘THING’은 고정 관념과 규격에서 벗어난 독특한 사진의 경계를 보여준다.

이씨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사물들을 포착한 흑백사진과 풍경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20여점의 흑백사진은 대형 사이즈의 한지에 붓으로 감광유제를 발라 인화한 것들로 까칠까칠한 종이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당연히 한지에 인화된 숟가락 나뭇잎 구부러진 못 같은 일상적 대상이 주는 느낌은 색다를 수밖에 없다. 또 그림자를 제거한 대상은 널찍한 여백과 어우러져 관객을 동양적인 비움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점은 내용 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작가는 “내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것은 특정한 메시지가 아니라 사물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기운이다. 관객이 작품에서 어떤 기운을 느끼고 그에 반응한다면 그거야말로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관객과 내용이 아닌 기운의 소통을 꾀한다는 말이다. 그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장르 구분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다. (02)310-1921~4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