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느 역사 문외한의 볼멘소리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다시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 얼마 전 읽은 조정래 선생 ‘정글만리’에 나온 말이다. 맞다. 과거가 오늘의 역사이듯 오늘은 분명 내일의 역사다.

역사 얘기를 하자니 먼저 양심고백부터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거대담론을 얘기할 자격도 권한도 없어서다. 이 나이 되도록 조리있는 역사 공부를 해보지 못한 문외한인 데다, 지금껏 어디서든 조그마한 논쟁조차도 한번 못해본, 아니 스스로 안 하던 ‘비겁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달라졌다. 더 이상 모르쇠로 가자니 안 되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난 시간의 교훈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억하고 싶든 아니든 간에 팩트(fact),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는가. 우리같이 짓밟힌 역사가 있는 나라, 동족상잔의 피비린내가 있는 나라, 산업화시대의 공과가 있는 나라에선 더 그런 것 같다.

최근의 교학사 역사교과서 얘기만은 아니다. 사실 바다 너머엔 더 큰 위협들이 있다. 일본이, 중국이 우리에게 ‘역사전쟁’을 도발하고 있는 때다. 우리를 침탈하고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이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지 않는가. 아베 신조 총리가 보란 듯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이 바로 그런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도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몽골과 만주, 한반도의 문화와 역사가 모두 중국 문명에서 출발했다 한다. 그렇다면 반만년 우리 한반도 역사, 고구려와 발해의 만주 역사를 모두 부정한다는 것 아닌가.

이런 압박을 앞에 두고도 우린 스스로 자중지란에 빠져 있어야 하는지 정말 안타깝다. 오히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옹골차게 자라게 도와줘야 하지 않는가. 사실 우리의 비약적 경제성장과 성공적인 민주화, 그리고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지금의 한류(韓流) 역사야말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밝혀줄 모델들이라 믿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려면 이념적 편향이 있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한다. 사실 지금은 ‘내부의 적’보다 ‘외부의 적’이 더 크고 무서운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역사논쟁을 보며 난 우리 사회 집단이성의 침묵을 ‘사회정의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지식인들이여 왜 침묵하는가. 나는 그들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참으로 듣고 싶은 것이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