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해외 부동산 매달 한 개씩 인수할 것"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위기의 자본시장 CEO들의 돌파 전략은 (5)
수익·안전성 갖춘 건물 매입…임대료 기초한 파생상품 출시
회사 팔려도 달라지는 것 없어…기업가치 높이는데만 심혈
수익·안전성 갖춘 건물 매입…임대료 기초한 파생상품 출시
회사 팔려도 달라지는 것 없어…기업가치 높이는데만 심혈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사진)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목소리와 손짓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현대증권은 작년 말 현대그룹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매물로 나온 터. 하지만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점포 방문 등 다양한 업무 스케줄로 빼곡하게 메워진 윤 사장의 수첩에서 ‘매각될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윤 사장은 “회사의 ‘주인’이 누가 되든 간에 현대증권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CEO의 임무는 바뀌지 않는다”며 “우리투자증권의 CEO와 임직원들이 수년 전부터 진행된 매각 작업에 흔들리지 않고 회사가치와 개인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것과 비슷한 그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최악의 불황에도 현대증권이 살아날 수 있는 ‘힌트’를 찾은 덕분에 요즘 스케줄이 더 빡빡해졌다”고 했다.
윤 사장은 현대증권의 ‘신무기’로 작년 하반기에 내놓은 파생결합증권(DLS) 123호와 주가연계증권(ELS) 493호를 들었다. 이들 상품은 현대증권이 지난해 각각 매입한 일본 최대 쇼핑업체인 이온그룹의 도쿄 쇼핑몰(니시카사이점)과 영국 패션·유통업체인 막스&스펜서의 런던 본사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기초로 발행한 파생상품이다.
우량기업인 이온과 막스&스펜서가 향후 10여년간 해당 건물을 통째로 빌려 쓰는 만큼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거둘 수 있는 데다 수익률도 연 9%에 이른다. 덕분에 기존 ELS나 DLS보다 높은 연 4%대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고도 현대증권은 연 4% 안팎(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률)을 챙겼다. 현대증권이 기존 ELS, DLS 등으로 거둔 평균 수익률(0.1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윤 사장은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수익 파생상품을 매달 1개씩 선보이는 게 목표”라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해외 부동산 매입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는 만큼 상당 기간 현대증권 몫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증권은 최근 일본 도쿄 중심가에 있는 외무성 산하 국제교류기금 본사 빌딩을 660억원에 인수해 이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세 번째 작품을 이달 중순에 내놓을 계획이다.
윤 사장은 이런 신상품을 앞세워 지난 2년간 지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10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리스크를 회피하기보다는 필요할 경우 과감하게 떠안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보 부족으로 은행권의 외면을 받은 유동성 위기 기업들을 위해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줄 계획”이라며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수익은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선 “당분간 인력 감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고정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을 늘리는 식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인력에 지급하는 급여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갈등을 빚었던 노동조합과의 관계에 대해 “노조 본연의 업무인 임금과 복지문제에는 적극 협의하겠지만 경영에 간섭하거나 정치적인 이슈로 회사를 흔들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