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는 살인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고, 유럽 일부 지역은 폭우를 동반한 겨울 폭풍으로 홍수, 해일 피해를 봤다. 여름을 맞은 남반구에서는 100년 만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려 사망자가 속출하는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이례적인 한파에 떨고 있다.

올 들어 캐나다와 미국 북동부에는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몰아쳤다. 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기상청은 약 2억명이 한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며 기상 경보를 발령했다.

노스다코타주 서부와 동부 지역 기온은 영하 51도, 중부 일부 지역의 체감온도는 7일까지 영하 70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됐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지금까지 겨울 한파로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4400편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으며, 난방용 기름값과 식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연가스값은 6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미국 살인 한파는 북부 캐나다에서 내려온 차가운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극소용돌이)’가 원인이다. 폴라 보텍스는 겨울철 극지방 성층권에 나타나는 강한 저기압성 편서풍으로 보통 시베리아 북부와 캐나다 배핀섬 주변에 머무는 게 일반적이다.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강할 경우 아래로 내려오지 않지만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차가운 공기가 하강해 캐나다와 미국 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폴라 보텍스는 맨살이 5분만 노출돼도 치명적인 동상을 입히는 강력한 냉기를 품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폴라 보텍스의 이례적인 하강 현상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중위도 지역과 온도 차가 작아져 북극의 제트기류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스웨덴 등 유럽 일부 지역에는 포근한 겨울이 지속되는 가운데 폭우와 강풍에 따른 해일과 범람 피해가 커지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서부 웨일스주, 콘월, 서머싯주 등에 기록적인 겨울 폭우가 내려 수천가구가 침수됐다. 스웨덴 기상청도 6일 주요 호수의 수위가 상승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 1급주의보를 발령했다.

남반구 아르헨티나는 100년 만에 가장 높은 50도의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열사병과 탈수 증세로 10여명이 사망했다. 브라질 상파울루는 낮 최고기온이 40.4도까지 올라 70년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고, 칠레에서는 고온 건조한 기후로 인해 대형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는 이례적 한파를 겪고 있다. 라오스와 필리핀 북부 지역은 이상 한파가 이어지면서 학교 수업이 중단되고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 폴라 보텍스(polar vortex)

북극과 남극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위치하는 소용돌이 기류다. 주변에 제트기류가 강하게 형성되면 내려오지 않지만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남하해 한파 피해를 준다. 2012년 겨울 한반도가 유난히 추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