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어깃장'…성동조선 경영정상화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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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회사는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정상화를 꾀해왔으나, 채권액이 두 번째로 많은 무역보험공사(무보)가 채권단에서 빠지겠다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보는 최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수은)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무보의 채권비율대로 현재까지의 손실을 분담한 뒤 채권단에서 빠질 테니 뒷일은 남은 채권단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무보 관계자는 “출자전환에 앞서 진행된 성동조선 실사 결과가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것이어서 정상화와 지분 매각이 잘될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미 가결된 1조622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실행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농협·우리은행 등도 “무보가 빠지면 우리도 채권단에서 빠지겠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지금껏 성동조선 정상화에 협력하던 무보가 갑자기 실사 결과를 문제삼아 태도를 바꾼 건 정책금융기관 체계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수은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기관 업무영역을 다시 짤 때 수은이 무보의 업무를 상당 부분 흡수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당시 무보 직원들은 금융위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결국 수은과 무보의 역할을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이후 두 기관은 ‘앙숙’이 됐다.
무보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챙기는 실익이 큰 것도 아니다. 채권단은 그간 성동조선에 대출 2조원, 선수금환급보증(RG) 2조2000억원가량을 해줬다.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지금껏 쓴 돈을 채권비율대로 정산해야 하는데, 현금을 직접 내주지 않고 보증을 많이 섰던 무보의 경우 5900억원의 현금을 다른 채권단에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보 측은 “현금으로 낼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무보 관계자는 "수은의 성동조선 실사보고서는 기업가치 산정 결과에 의문점이 많다"며 "현재 전망대로라면 앞으로 채권단 익스포저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보는 최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수은)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무보의 채권비율대로 현재까지의 손실을 분담한 뒤 채권단에서 빠질 테니 뒷일은 남은 채권단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무보 관계자는 “출자전환에 앞서 진행된 성동조선 실사 결과가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것이어서 정상화와 지분 매각이 잘될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미 가결된 1조6228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실행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농협·우리은행 등도 “무보가 빠지면 우리도 채권단에서 빠지겠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지금껏 성동조선 정상화에 협력하던 무보가 갑자기 실사 결과를 문제삼아 태도를 바꾼 건 정책금융기관 체계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수은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기관 업무영역을 다시 짤 때 수은이 무보의 업무를 상당 부분 흡수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당시 무보 직원들은 금융위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결국 수은과 무보의 역할을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이후 두 기관은 ‘앙숙’이 됐다.
무보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챙기는 실익이 큰 것도 아니다. 채권단은 그간 성동조선에 대출 2조원, 선수금환급보증(RG) 2조2000억원가량을 해줬다.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지금껏 쓴 돈을 채권비율대로 정산해야 하는데, 현금을 직접 내주지 않고 보증을 많이 섰던 무보의 경우 5900억원의 현금을 다른 채권단에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보 측은 “현금으로 낼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무보 관계자는 "수은의 성동조선 실사보고서는 기업가치 산정 결과에 의문점이 많다"며 "현재 전망대로라면 앞으로 채권단 익스포저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