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박영선 전쟁'의 교훈
1일 새벽 3시5분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엔 정적이 흘렀다. 작년 6월 발의된 후 잠자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거쳐,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있었다. 법사위 위원장은 ‘외촉법 결사저지’를 선언하면서 새누리당 및 민주당 지도부와 ‘심야전쟁’을 벌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

“내 손으로 차마 법안을 상정시킬 수 없다”며 이춘석 야당 간사에게 의사봉을 넘겼다가 법사위 산회를 위해 의장석에 앉은 박 의원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향해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동안 산업부 장관님과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1만4000개 늘어나고,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얘기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면 책임지셔야 합니다.”

외촉법은 이로부터 7시간 뒤인 오전 10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54명의 의원 중 찬성 168표, 반대 66표로 통과됐다. 기권은 20표였다. 전날 본회의가 개의된 지 정확하게 24시간30여분이 걸린 셈이다.

예산안 등 핵심법안을 ‘패키지’로 처리키로 한 여야 합의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의 치킨게임으로 변질됐다. 박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 지도부의 외촉법 수용 방침에 반발, 내홍을 겪는 사이 국회일정이 전면 중단된 것은 그래서다. 박 의원은 두 차례 민주당 의총에서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자신이 위원장인 법사위에서 ‘상정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결국, 김한길 당 대표와 자정을 훌쩍 넘긴 2시간여의 면담 후 눈물을 흘리면서 한 발 물러섰다고 한다.

이 같은 논란은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란 두 가치의 충돌 때문이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외촉법이 경제민주화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일리는 있지만 경제활성화란 가치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물리면 당장 울음은 그치지만, 아이 이빨은 썩는다”며 외촉법을 사탕에 비유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가운데 어떤 게 입에 발린 달콤한 사탕인지 정말로 묻고 싶다.

손성태 정치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