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드럼통' 줄이고 '非정유사업 드림' 키운다
정유업체들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탄소섬유 사업, 자원개발 등 비(非)정유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하락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린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나선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체들이 잇따라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사업구조로 체질을 바꾸기로 했다. 이 회사는 다각화 방안의 하나로 배터리 사업 부문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 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자원개발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까지 자원개발 부문에서 7423억원의 매출과 41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다. 이 회사가 현재 생산단계에 들어간 석유 광구는 6개국 8개 광구로, 이곳에서 하루 7만1000배럴의 원유가 생산된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최근 “지난 3~4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해왔으며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자원개발 부문에 투자를 더 해 사업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에너지도 석유 광구 탐사 등 다양한 자원개발 사업을 검토중이다.

GS칼텍스는 미래 첨단 신소재로 꼽히는 탄소섬유 부문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탄소섬유는 항공우주, 자동차 산업 등에서 제품 경량화를 위한 소재로 활용된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전주시와 탄소산업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2015년까지 공장을 지어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유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생산설비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합작으로 울산에 짓고 있는 파라자일렌(PX) 공장을 내년 5월 완공한다. PX는 합성섬유의 재료다. 북미 등지의 셰일가스(암석층에 있는 천연가스) 설비 확대로 생산시설이 줄어든 데다 중국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난을 겪고 있다.

GS칼텍스도 일본 기업과 함께 여수에 1조원가량을 들여 PX공장을 짓기로 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PX 관련 설비에 대한 대규모 증설 투자를 이미 끝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PX의 원료인 혼합자일렌(MX) 설비에 투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