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장관 긴급회견 > 수서발 KTX 법인의 철도운송사업 면허가 발급된 27일 오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면허 발급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토부 장관 긴급회견 > 수서발 KTX 법인의 철도운송사업 면허가 발급된 27일 오후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면허 발급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27일 ‘서울 수서발 KTX 법인’(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의 철도사업 면허를 전격 발급함에 따라 19일째 이어지고 있는 철도파업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푸는 전제조건으로 면허발급 중단을 요구해온 점에 비춰 노사 간 협상 여지는 없어졌다. 정부·코레일과 철도노조 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셈이다. 철도노조 일부 지도부는 공권력 행사가 제한적인 노동·종교·정치권의 보호막 아래로 들어가 노사 협상은 더욱 어려워졌다. 철도파업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전격 면허발급 왜

[수서발 KTX 면허발급] '파업열차'에 끌려다닐 수 없다…정부, 노조 요구 원천봉쇄
정부의 전격적인 철도사업 면허발급은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사회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이라며 지난 9일 시작된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운행 차질에 따른 직간접적인 사회 손실도 1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러 차례 불법 파업에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는 등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촉구해 왔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철도 민영화로 서울~부산 KTX 요금이 28만원으로 오른다”는 등의 괴담까지 퍼지면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이 철도노조와 연계하면서 대선불복 등 반정부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정부가 강경 대응한 이유로 분석된다.

이날 오전만 해도 수서고속철도의 면허발급은 올해를 넘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대전지법에서 면허신청 첫 단계인 설립비용 인가가 결정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 법원의 인가 결정이 내려지고 코레일이 즉시 제출한 법인 설립 등기를 대전지법이 처리하면서 면허발급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도사업 면허를 미룰수록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중단에 희망을 갖고 강경 파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심야 면허 발급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종교·정치권에 보호막

철도노조 지도부는 그동안 면허발급 중단을 계속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파업을 지속할 전망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가 공권력 투입이 제한적인 민주노총(김명환 위원장), 조계사(박태만 수석부위원장), 민주당사(최은철 사무처장)에 몸을 숨긴 것도 사태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노동·종교·정치권이 모두 철도파업과 관련해 저마다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철도파업을 둘러싼 갈등이 노사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화쟁위)가 전날 코레일 노사 교섭 재개를 이끌어낸 데 이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등도 철도파업 중재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민주당도 수배 중인 최은철 사무처장의 신변을 보호하기로 했다.

◆협상 돌파구 마련 쉽지 않아

전날부터 이어진 밤샘 교섭 내내 코레일 노사는 ‘수서발 KTX 자회사 운송 면허 발급’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교섭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이날 오전 8시께 최종 결렬됐다. 코레일은 추가 교섭은 없다고 못박았다.

노동 전문가들은 “철도노조가 노동계 종교계 정치권에 중재를 요청하며 숨어든 것은 장기전을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철도파업을 코레일 노사 문제에서 사회 이슈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국토부·고용노동부 장관과 코레일 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정부 정책은 노사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에 반대하며 강행한 이번 파업은 불법”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김보형/박상익/추가영 기자 kph21c@hankyung.com